‘건축학개론’ 듣던 청년학도 꿈이 마침내…
세계 3번째 초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 이종산 소장
“여러분. 미국에 있는 월드트레이드센터는 400m가 넘습니다. 여러분도 그만큼 높은 건물을 지어 봐야 하지 않겠어요?” 1981년 4월 어느 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정.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더벅머리 청년은 서양건축사 담당 교수의 설명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첫사랑을 만난 듯한 감정이었다. 교수는 “400m는 학교 운동장 두 개를 연이어 붙여놓은 것보다 높다”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의 귀에 더는 교수의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그의 머릿속엔 하늘을 향해 치솟는 빌딩을 짓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2012년 4월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국내 최고층 건축물인 ‘롯데월드타워’ 건설공사 현장. 구석구석을 오가며 현장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이가 있었다. 이종산 현장소장(49)이다. 30년 전 대학 교정에서 초고층 건축물과 사랑에 빠졌던 그 건축학도다.
이 소장은 “대학 1학년 때 서양건축사 수업에서 가졌던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꿈을 한 번도 접은 적이 없었다”며 “당시 친구들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건물을 짓냐’며 비웃었지만 왠지 모를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현재 6일에 한 층씩 국산 바벨탑을 지으며 스무 살 때 가졌던 꿈에 한 발씩 다가가고 있다.
123층, 555m 규모의 잠실롯데월드타워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세계에서는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칼리파(163층, 828m), 중국 상하이타워(124층, 632m)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전망대는 부르즈칼리파(452m)보다 높은 500m에 자리 잡을 예정이라 날씨가 좋은 날엔 인천앞바다까지 보일 정도다.
지난해 6월 주춧돌(매트) 공사 때엔 46대의 래미콘이 32시간 동안 풀가동됐을 정도로 규모도 크다. 이 소장은 “100층 이상 올라가면 건물 아래로 구름이 펼쳐질 것”이라며 벅찬 표정을 지었다. 롯데월드타워엔 6성급의 호텔 200여 실과 오피스텔, 오피스, 쇼핑몰 등이 들어선다.
롯데는 1982년 타워 설립을 위해 ‘롯데물산’을 별도로 설립할 만큼 롯데월드타워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롯데는 1987년 서울시로부터 현재의 롯데월드타워 터를 구입한 후 1994년 112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만들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1998년 건축허가를 받았으나 경기 성남시에 있는 서울공항으로 이착륙하는 비행기 항로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지상 36층, 높이 165m로 건축 제한을 받았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10년 6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지난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롯데월드타워 터는 8만7000여m²로 3.3m²당 공시지가가 2850만 원에 달하는 금싸라기 땅이다. 롯데는 사업이 유예된 기간 동안 이 땅을 그냥 놀릴 순 없어 토끼와 상추를 키우기도 했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착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디자인 콘셉트도 여러 번 바뀌었다. 에펠탑 모양에서 첨성대 모양으로 바뀌었고, 최종적으로는 도자기와 붓 끝 모양을 형상화한 형태가 됐다.
현재 롯데월드타워는 6일에 한 층씩 코어(건물 중심부)를 올리고 있지만 90층 이상부터는 3일에 한 층씩으로 공사 진행 속도가 빨라질 예정이다. 현재 130명이 현장에서 작업 중이며 층고가 올라가면 250명이 공사에 투입된다. 이 소장은 “70층 이상 지어지면 공사용 외부 엘리베이터가 오르고 내리는 데에만 왕복 2시간이 걸립니다”라며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아예 건물 중간에 캠프를 차리고, 직원들이 현장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매일 오전 6시 40분에 출근해 별이 떠야 퇴근하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피곤한 것도 잊을 만큼 일에 매달리고 있다. 학창시절 때만 해도 한국의 기술력과 국력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 상상도 못했지만 이젠 현실로 되고 있다는 사실에 피곤함을 떨칠 수 있다. 그는 “자고 일어나면 롯데월드타워가 조금씩 자라나고 있어서 꼭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에 물을 주는 느낌”이라며 “매일 롯데월드타워와 내 꿈에 양분을 주는 심정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웃었다. 롯데월드타워를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말하는 이 소장. 그에게 첫사랑은 아련한 추억의 대상이 아니라 실현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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