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운 아이에스(IS)동서 회장(62·사진)은 쇳소리 섞인 나지막하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기업이 한 가지 분야의 성공에 안주하며 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웬만한 대형 주택업체들도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경기 침체에 쩔쩔매고 있는 상황에서 IS동서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했다.
아파트 브랜드 ‘에일린의 뜰’로 잘 알려진 IS동서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건설과 제조업을 겸영하는 회사다. 주택건설과 정부 토목공사를 전문으로 하던 일신건설산업이 2008년 국내 건자재업계 선두업체였던 동서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탄생했다. 동서산업은 ‘이누스’라는 브랜드로 위생도기와 타일 등을 생산 판매하는 전문업체.
IS동서는 활발한 기업 인수로 재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2008년 비데제조업체인 ‘삼흥테크’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자회사인 투자전문업체 ‘JKL파트너스’를 앞세워 국내 최초의 렌털 전문업체이자 공장건설장비와 기업체 노트북 렌털 부문의 최강자로 꼽히는 ‘한국렌탈’를 사들였다. 2010년에는 대한조선이 헐값에 내놓은 벌크선을 인수해 ‘아이에스해운’도 설립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경기 부침에 영향을 많이 받은 주택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권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건설업계의 서열을 매기는 시공능력평가에서 2010년 128위였던 IS동서는 지난해 99위로 29계단이나 뛰어오르며 100위 권 이내 진입에 성공했다. 삼홍테크 한국렌탈 등 9개 계열사 및 관계사를 포함한 매출액도 꾸준히 늘어 2009년 2997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4689억 원대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7685억 원, 2013년에는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될 정도다. 권 회장은 “현재 추세를 유지한다면 2015년까지 2조 원 달성도 노려볼 만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외형만 커진 게 아니라 내실도 좋은 편이다. 영업이익이 2009년 249억 원에서 지난해 331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600억 원, 내년에는 1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순부채비율은 100%를 밑돌고 있다.
IS동서의 변신작업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이 IS동서와 계열사를 합친 전체매출에서 건설 비중은 40% 수준으로 낮추고, 제조업과 물류·금융·서비스 등 기타 분야의 비중을 각각 40%와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또 1, 2년 안에 화학제조와 물 관련 기업을 추가 인수하고,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방침도 갖고 있어서다. 올해 3월 중국 칭다오에 위생도기 ‘이누스’를 생산 판매할 ‘청도 이누스 도자유한공사’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이 회사는 중국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가 될 예정이다.
부산지역에서 잘나가던 주택건설 전문업체에서 건설-제조-물류·금융서비스를 고루 갖춘 중견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IS동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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