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들어가는 패널을 LG디스플레이에서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패널은 TV의 화질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삼성과 LG는 그동안 자존심 등을 이유로 상대방의 패널을 구매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6일 “올해 출시할 OLED TV에 들어갈 패널 중 일부를 LG디스플레이에서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원하는 품질만 구현할 수 있다면 경쟁사의 부품도 채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태도는 OLED 패널을 생산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기술 유출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 유럽시장에 자사에서 생산하지 않는 37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내놓을 당시에도 LG디스플레이가 아니라 대만 업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은 바 있다.
이번 구매 검토는 명분보다는 경쟁력을 높이려는 실리 차원으로 해석된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적록청(RGB) 방식을,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W) OLED 방식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두 가지 방식의 OLED TV를 모두 내놓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재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내부에서도 W OLED 방식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OLED TV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생각이다.
공급 다변화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의 LCD사업부가 삼성디스플레이로 분사했고, 7월에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합병 수순을 밟게 된다. 이에 따라 과거 사내에서 패널을 공급받을 때와 달리 가격 협상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가운데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쪽에서 패널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OLED TV는 예상보다 늦은 올해 하반기(7∼12월)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당초 런던올림픽 이전에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수율과 품질을 맞추는 게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대한 일정을 맞춰보지만 시기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G전자 측도 “품질 완성도를 높이는 게 문제”라며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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