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의 꼼수… 평소 일반콜라 끼워 팔면서 메뉴판엔 ‘제로콜라’로 표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일 03시 00분


세트메뉴 칼로리 믿었나요? 각설탕 7개 더 드신겁니다!

맥도날드 메뉴판에 표시된 세트메뉴 가격과 열량.
맥도날드 메뉴판에 표시된 세트메뉴 가격과 열량.
세계적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가 세트메뉴 열량을 실제보다 낮게 표시해 다이어트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속여 온 것으로 확인됐다. 열량이 ‘0’인 코카콜라 제로(이하 제로콜라)를 기준으로 세트메뉴의 열량을 표시해 놓고 실제론 100∼200Cal의 일반 콜라를 끼워 파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맥도날드의 세트메뉴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로 구성돼 있다. 매장에 비치된 메뉴판에는 불고기버거세트 776Cal, 빅맥세트 890Cal, 베이컨토마토디럭스 923Cal 등의 방식으로 세트메뉴의 총열량이 표시돼 있다. 맥도날드는 열량을 추산하면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의 열량만 합산하고 콜라에 대해선 제로콜라 기준으로 ‘0’으로 간주해 총열량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세트메뉴를 주문할 때 ‘음료를 제로콜라로 달라’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한 일반 콜라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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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전국 260여 매장에서 판매되는 일반 콜라의 열량은 가장 작은 레귤러 사이즈(220mL)가 101Cal, 미디엄 사이즈(310mL) 143Cal, 라지 사이즈(430mL) 198Cal다. 메뉴판에는 890Cal로 표시된 빅맥세트를 구매한 소비자가 일반 콜라(미디엄 사이즈)를 마실 경우 실제 열량은 1000Cal를 훌쩍 넘게 된다. 표시된 열량보다 각설탕 7개, 쌀밥 반 공기 정도의 열량을 더 섭취하는 셈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시내 맥도날드 매장 13곳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한 곳은 없었다. 매장 구석 벽면에 ‘세트메뉴의 총열량은 코카콜라 제로를 기준으로 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어른 손톱 크기만 한 글씨로 적혀 있는 게 전부였다. 일부 매장은 이 안내문이 카운터 안에 붙어 있어 소비자들이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롯데리아 버거킹 KFC 등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세트메뉴의 열량을 일반 콜라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속은 기분”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점심시간에 맥도날드를 자주 이용한다는 명모 씨(26·여)는 “이런 꼼수는 고객을 속이는 행위”라며 “세트메뉴 열량이 제로콜라 기준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공지하거나 보통 먹는 일반 콜라 기준으로 메뉴판 열량 표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세트메뉴 열량을 제로콜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은 맞다”며 “소비자들이 문제를 삼을 경우 (일반 콜라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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