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펼치는 동안 일명 ‘전차주’로 불리는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찬 바람을 면치 못했다. 유통, 패션, 음식료 등 내수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백화점주’ 신세계는 실질소득 감소와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소비 둔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크게 휘청거렸다. 지난해 6월 40만 원대까지 치고 올라갔던 신세계 주가는 20만 원대로 떨어졌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밋밋한 실적도 힘을 빼놓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세계의 올 1분기 국제회계기준(IFRS) 개별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3679억 원, 영업이익은 8.7% 늘어난 596억1800만 원을 나타냈다. 이는 증권가 평균 예측치인 매출액 3980억 원(전년 대비 7.5% 증가)에 못 미친 성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당수 증권사가 ‘이제는 내수주에 주목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며 신세계를 주시하고 있다. 경기와 물가 흐름을 감안할 때 내수 소비가 바닥을 벗어나 살아날 타이밍이 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3월 매출은 전년 대비 7.8% 성장했다. 특히 남성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3월 남성 의류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남성 수입의류가 54.5%, 남성 명품잡화가 51.8%의 높은 신장률을 보였고 캐주얼 단품, 셔츠 등의 매출도 10.9% 증가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의 1분기 영업이익을 보면 일회성 이익을 제외할 때 컨센서스를 밑돌았다”면서 “하반기에는 소비 경기의 점진적 회복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규 지점 오픈도 장기 성장성을 한층 키우리란 분석이다. 신세계는 올해 의정부점을 오픈한 데 이어 2015년 대구점과 하남점을 열 계획이다. 이미 의정부점은 오픈과 함께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20일 문을 연 의정부점은 3일 동안 1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세계 최대의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센텀시티점의 개점 후 사흘 매출인 119억 원을 웃도는 수치다. 역대 신세계백화점 오픈 매출 기록 중에서도 가장 높다. 이 기간 매장 방문 고객 수는 의정부시 인구인 43만 명을 넘는 45만 명으로 집계됐다.
우량한 자회사들도 플러스 요인이다. 프리미엄 아웃렛을 운영 중인 신세계 첼시는 경기 여주군과 파주시에서 꾸준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 인터내셔널도 소비 개선에 따라 실적이 크게 반등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윤상근 한맥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에 따라 한동안 주가 상승이 제한을 받았지만 지역 점포 경쟁에서 우위를 나타내고 있고 우량한 자회사들이 받쳐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소비경기가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는 신규 백화점 개점 등의 요인으로 차차 수익성이 안정되겠지만 강한 소비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설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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