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껄껄’, 승객은 ‘헉…’ DMB 보면서 달리는 택시, 아이와 함께 타보셨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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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운전사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보며 질주하다 사이클 선수들을 치어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난 지 이틀 만인 3일, 교사 석모 씨(35)는 네 살배기 딸을 병원에 데려가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석 씨는 주행하는 20분 내내 DMB로 오락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운전사 때문에 좌불안석이었다.

석 씨는 한참을 망설이다 운전사에게 “아이가 무서워하니 운전에만 집중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운전만 한다고 입장 바꿔 생각해 봐라”라는 타박이 돌아왔다. 그는 “그나마 TV로 지루함을 달랠 수 있어 손님에게 웃는 낯을 보일 수 있다”며 “20년 넘는 운전 경험이 있으니 잠깐씩 TV 보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운전사는 계속 DMB를 보며 껄껄거리다 서울역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정지신호로 바뀌는 것을 보지 못하고 직진했다. 그 때문에 신호에 따라 좌회전하는 승합차와 부딪힐 뻔하고도 “××, 성질머리하고는…”이라며 욕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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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운전 중 DMB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한 택시운전사에게 60만 원의 과징금을 물린 서울 중랑구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2010년 확정 판결했다. 당초 서울시는 2008년 택시운전사가 주행 중 TV나 DMB 등을 시청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하면 과징금 120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사업개선명령을 내렸다. 중랑구는 이 규정을 어긴 택시운전사에게 60만 원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가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보다 지자체가 특정 업체에 사업개선명령을 할 수 없도록 한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더 최근에 만들어진 특별법이어서 우선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경찰도 ‘운전 중 DMB 시청’을 처벌하려 했지만 일부 국회의원이 “DMB 시청을 단속하면 다른 위반사항도 같이 잡게 돼 시민과의 마찰이 생긴다” “시청만 금지하면 되지 처벌까지 하는 건 과잉이다”라는 논리로 반대해 실현되지 않았다.

DMB 시청을 규제하지 못하는 사이 택시에 의한 인명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내비게이션이나 DMB 등 디지털 기기가 택시에 보급되기 시작한 2005년부터 택시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증했다. 2004년 217명이던 사망자는 2005년 273명으로 껑충 뛰었고 2006년 281명, 2007년 291명, 2008년 319명으로 4년 새 47% 늘었다.

삼성교통문화연구소 박천수 책임연구원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운전 중 DMB 시청행위에 무거운 범칙금을 물려야 한다”며 “차량 시속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DMB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기술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DMB#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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