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의 한 세미나실. LG CNS 김대훈 대표와 이 회사 직원 5명이 마치 ‘타짜’라도 된 듯 카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게임은 김 대표가 올해 입사한 경력직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기 2시간 전에 시작됐다. 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직원이 카드 게임을 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인데 오고가는 대화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최고지향’ 카드 두 장 남았습니다. 곧 ‘원 카드’(한 장만 남음) 외칠 겁니다.”(이모 대리)
“이 대리, 미안해요. ‘CEO 카드’ 버립니다. 일곱 장 받으세요!”(김 대표)
카드에는 일반적인 트럼프카드의 스페이드(♠)나 클로버(♣) 대신 고객우선, 변화선도, 최고지향, 학습, 커뮤니케이션, 결속, 정정당당 등 총 7가지 개념이 적혀 있다. 종류별로 1에서 10까지 숫자도 쓰여 있다. 김 대표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카드도 있는데 일종의 ‘조커’로 ‘CEO 카드’라고 불린다.
이 게임의 이름은 ‘LG CNS 3.0 DNA’. 카드에 적힌 7가지 개념은 2010년 1월 취임한 김 대표가 새로 만든 회사의 행동규범이다. 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딱딱한 규칙을 몸으로 즐겁게 익히고 있었다.
게임은 손에 든 카드를 먼저 없애는 사람이 이긴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앞에 놓인 카드와 숫자가 같거나 개념이 같은 카드를 버릴 수 있다. ‘CEO 카드’를 내놓으면 다음 순번의 사람은 7장을 다시 가져가야 한다. CEO 카드를 내놓으면 “3.0 DNA를 새로 외우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엔 ‘뭐 이런 것을 시키나’며 거부감을 느낀 직원들도 있었다. 김종욱 LG CNS 과장은 “간식내기로 재미삼아 한판 했는데 게임을 끝내고 나니 머릿속에 7개의 단어가 남았다”고 말했다. 이는 ‘놀이하듯 소통하라’는 김 대표의 철학에서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놀이가 성립하려면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 그래서 놀이하듯 소통하면 각자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매주 회사 전 직원에게 200자 원고지 20∼30장 분량의 e메일을 보낸다. 지금까지 100통을 보냈다. 가장 인기 있었던 e메일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니 ‘지난 주말 집 PC가 고장 나서 하루 종일 애만 태우다 글을 못 올렸습니다. 다음 주에 봅시다’라는 두 줄로 끝나는 e메일이었다고 한다. 이날 사내 게시판에는 “대기업 CEO도 이렇게 소탈하시군요. 선배님 같아요” “사장님 댁에 노트북 놓아드려야겠어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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