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동차회사와 공급계약
전자회사 vs 車회사 기싸움… 한쪽의 절대적 우위 힘들어 ‘경쟁과 협력’ 구도로 갈듯
최근 차량용 전자부품사업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밝힌 삼성전자가 이미 핵심 전자부품인 차량용 반도체의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9일 “몇 년 전부터 차량용 반도체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고 일부 초기 형태는 개발을 완료했다”며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부품을 외국 자동차회사와 공급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들을 잇따라 접촉하면서 삼성전자는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쉬와 합작해 전기배터리 회사인 SB리모티브를 운영해온 삼성의 자동차 관련 사업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부쩍 높인 것은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차량용 전자부품 시장이 차세대 자동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 원가에서 전자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30% 선에서 2015년에는 40% 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차량용 전자부품과 배터리는 전자회사의 독무대였다. 차량용 반도체는 미국의 프리스케일과 독일의 인피니온이, 배터리는 우리나라의 LG화학과 SB리모티브, 일본의 산요가 주도해왔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수익은 전자회사가 챙기고 자동차회사는 껍데기(차체)만 만들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됐다.
지난해 도요타와 BMW가 전격적인 제휴를 통해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전기차의 주도권을 전자회사가 아닌 자동차회사가 쥐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독자적인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위해 현대오트론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자회사와 자동차회사의 경쟁은 이미 시작된 셈이지만 결국 전자와 자동차가 ‘합종연횡’을 통해 협력과 경쟁구도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서로 다른 산업의 특성상 어느 한쪽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현대오트론은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맡고 생산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전자회사에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전자부품은 자동차 기술과 전자 기술 중 어느 하나만 가지고는 전문화가 힘들기 때문에 자동차회사와 전자회사는 경쟁을 벌이면서도 협력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나란히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어도 중복보다는 시너지 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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