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총장 해임 투표만 4번째… 건국대에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 교직원노조-교수협 90% “김진규 총장 떠나라” 의결

김진규 총장
김진규 총장
건국대가 김진규 총장의 학교운영 방식 등을 놓고 퇴진까지 거론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교직원노조 363명 중 325명(89.5%)이 김 총장 불신임안에 찬성한 데 이어 이달 2일 교수협의회(교수협)도 회원 391명 중 372명(95.1%)이 해임권고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전체 교수 신임 투표와 교수대의원 투표까지 합하면 이번이 네 번째 불신임 의결이다. 총학생회도 불신임 투표를 계획하고 있다. 교직원 90% 이상이 총장 불신임 의사를 밝혔지만 김 총장 측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수협과 노조는 김 총장이 전임 총장보다 2배나 많은 연봉을 받는 등 일반적으로 다른 총장에 비해 과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장의 연봉은 오명 전 총장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4억4870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해 업무추진비와 회의비, 행사비로 3억5500만 원을 썼다. 안진우 노조위원장은 “등록금 인하 때문에 교비 예산을 모두 동결한 상황에서 총장이 업무추진비 중 1억5000만 원을 영수증도 없이 썼다”고 비판했다.

또 노조는 “총장 취임 전후로 교비 5438만 원을 들여 총장실을 개조하고 집기 구입비로 6219만 원을 썼다”고 밝혔다.

교수협과 노조는 김 총장의 공용차와 개인 보유 외제차도 문제 삼고 있다. 김 총장은 공용차로 벤츠 S500과 에쿠스를 사용하고 있다. 또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승합차·판매가 5000만 원)와 리스한 벤틀리 콘티넨털(2억9000만 원), 포르셰 카이엔GTS(1억4000만 원) 등 외제차 3대를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취재 결과 외제차 3대는 김 총장의 관사인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본인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장은 취임 전 3년 6개월간 내연 관계를 맺었던 50대 여성 박모 씨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10억여 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고소된 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김 총장이 돈 일부를 갚고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교수협과 노조가 서울대 의대 부학장 출신 김 총장에게 반기를 든 것은 취임 이후 대학 개혁을 내세워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 즉흥적인 행정 스타일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설립자 가족 간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해진 측면도 있다.

김 총장은 지난해 2월 교수 연구업적 평가기준을 충분한 논의 없이 상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장영백 교수협의회장(중어중문학과 교수)은 “수많은 회의를 거쳐 도출한 합의안을 한마디 상의도 없이 뒤집어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계열별 부총장제 도입, 인문계열 학과 통폐합 등 학사구조 개편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다양한 의견을 들을 용의가 있다”며 한발 물러났다.

또 보직·직무·별도수당을 이미 받고 있는 본부 보직자에게 보직퇴직수당을 최대 2000만 원씩 추가로 신설한 점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측은 “보직퇴직수당을 만드는 대신 보직수당을 줄였다”고 해명했지만 교직원들은 “인상분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김진규 총장이 소유하고 있는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승합차와 본인 이름으로 관사에 등록돼 있는 벤틀리 콘티넨털 세단, 포르셰 카이엔GTS SUV(왼쪽부터)가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공관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나란히 주차돼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진규 총장이 소유하고 있는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승합차와 본인 이름으로 관사에 등록돼 있는 벤틀리 콘티넨털 세단, 포르셰 카이엔GTS SUV(왼쪽부터)가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공관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나란히 주차돼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건국대 총장 비서실 관계자는 교수협과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개혁을 거부하고 안주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쟁 대학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던 연구실적을 올리고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평가기준을 올리는 게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또 김 총장의 연봉에 대해서는 총장직 외에 건국대병원 의무부총장과 건국대 소유의 경기 파주시 골프장 운영위원장, 미국 퍼시픽스테이츠대(PSU) 총장 등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업무추진비 사용 문제는 발전기금본부 출범 1년 만에 150억여 원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공적으로 사용한 것이며 사적으로 쓴 것은 없다”라면서 “외제차와 사기 고소 건은 개인적인 문제라서 답변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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