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찬경, 명동 사채업자에 250억 빌려 금융위 속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작년 2차 구조조정때 재무상황 최악에도 생존

6일 영업정지 된 미래저축은행이 지난해 9월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는데도 살아남은 것은 김찬경 회장이 서울 명동 사채업자의 자금을 끌어들여 만든 허위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한 때문으로 9일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이 경영개선계획서에 속아 미래저축은행의 회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퇴출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미래저축은행의 재무 상황은 일부 퇴출 저축은행보다 더 나빴다. 신용불량자인 김 회장이 사채업자와 손잡고 금융당국을 농락한 셈이다.

○ 퇴출 기관보다 지표 나빴지만 ‘생존’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차 구조조정 발표 당시 미래저축은행은 2011년 6월 말 기준으로 총자산 2조71억 원, 자기자본 ―1718억 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10.17%로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같은 시점에 프라임저축은행은 총자산 1조2566억 원, 자기자본 ―314억 원, BIS 비율 ―4.14%였고 파랑새저축은행도 자기자본 ―166억 원에 BIS 비율 ―5.50%였다. 미래저축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재무 상황이 양호한 편이었지만 모두 퇴출됐다. 지난해 9월 퇴출된 7개 저축은행 중 자기자본과 BIS 비율이 미래저축은행보다 나빴던 곳은 에이스 토마토저축은행 두 곳뿐이었다.

금융당국은 2차 구조조정 때 13개 저축은행을 평가하면서 미래저축은행을 비롯해 살아남은 6개 저축은행의 경영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퇴출된 저축은행과 주요 지표를 비교할 수 없었다. 저축은행 업계 안팎에서는 막연하게 퇴출 저축은행보다는 형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금융당국은 미래저축은행이 당시 퇴출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경영개선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느냐, 못 받느냐는 정상화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가장 중요했다”며 “지난해 9월에는 미래저축은행이 제시한 정상화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 김 회장에게 농락당한 금융당국

미래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의 뼈대는 크게 두 가지다. 1300억 원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충남 아산시 아름다운골프온천리조트 소유주인 K사에 빌려준 대출금 1400억 원의 회수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유상증자 대금은 이미 입금됐기 때문에 K사의 대출금 회수 여부가 미래저축은행의 생사를 가른 결정적 변수였다.

골프장 용지와 회원권 등을 담보로 미래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K사는 골프장 매각 계약이 성사돼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며 계약금 250억 원이 들어온 입금증까지 건넸다. 서재홍 금융위 서민금융과 팀장은 “계약서만 있는 게 아니고 계약금도 입금돼서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전국에 매물로 쌓인 골프장만 100곳이 넘어 골프장 매매가 거의 끊긴 상태여서 실제 매각이 성사됐는지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계약금 250억 원 입금증 앞에서 더는 따져 보려 하지 않았다. 결국 250억 원 입금증이 미래저축은행의 수명을 7개월 더 연장하는 결정적 ‘면죄부’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금융감독원이 이 계약금의 자금 출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명동 사채업자의 수표가 발견됐다. 김 회장이 명동 사채업자로부터 250억 원을 잠시 빌려 K사 계좌에 입금해 계약금이 들어온 것처럼 속인 것이었다. 증자 대금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주금가장납입’ 수법이었다. 매매 계약서 역시 김 회장이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인 A 씨에게 ‘골프장 운영을 맡아 달라.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대신 매매계약서를 써달라’고 해서 받아낸 가짜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초보적인 수법에 ‘금융 검찰’이라고 하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물론이고 경영평가위원회도 모두 속았다”고 말했다.

결국 금감원의 조사를 받은 사채업자가 빌려준 돈을 회수해가자 미래저축은행은 K사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금감원에 이실직고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미래저축은행이 퇴출 대상에서 제외된 뒤였고 김 회장은 본격적으로 재산 빼돌리기에 나섰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찬경#저축은행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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