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찬경, 前조폭이 밀항 알선… 운전사 입막음 7억원 건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조폭출신 사업가 “80억 투자”
불법대출-비자금 가능성 수사

3500억 원대의 불법대출과 회삿돈 수천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자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56·구속)이 밀항을 도운 운전사에게 입막음 대가로 7억 원이라는 거액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의 중국 밀항을 알선한 사람은 조직폭력배 출신의 사업가로 알려졌다.

9일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저축은행 영업정지와 함께 자신에 대한 수사가 기정사실화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 씨(구속)에게 연락했다. 서울에서 조폭으로 활동했던 이 씨는 한때 나이트클럽 등을 운영하다가 현재 부동산컨설팅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과 이 씨는 6, 7년 전 대출 건을 진행하다 인연을 맺어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부탁을 받은 이 씨는 밀항 알선책으로 알려진 박모 씨(52·구속)와 엄모 씨(53·구속)를 통해 은밀하게 밀항을 계획했다. 중국 밀항이 결정되자 김 회장은 이 사실을 아는 운전사 최모 씨(구속)에게도 7억 원을 건네며 단단히 입막음을 했다.

이 씨는 김 회장의 밀항과 중국 생활을 도울 수행비서 격으로 조폭 출신이자 이 씨의 후배 오모 씨(49·구속)를 낙점했다. 180cm가 넘는 키와 운동으로 단련한 건장한 체격인 오 씨는 밀항 이후 연락책 역할을 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가 밀항을 시도한다’는 첩보를 사정당국이 입수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3일 경기 화성시 궁평항에서 잠복근무 중이던 해경은 현금 1200만 원을 갖고 점퍼와 운동화 차림으로 9t급 소형 어선에 오른 고위 관계자(김 회장)와 오 씨를 배 안에서 체포했다. 박 씨 등 중간 알선책도 모두 체포됐다. 체포 당시 저항은 없었다. 김 회장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도 체포 당시까지만 해도 이 고위 관계자가 김 회장인 줄은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알선책 이 씨는 초반에는 ‘김 회장이 아니라 내가 밀항하려 했고 도피자금 1200만 원을 나에게 주려고 온 것이다’고 진술했으나 최근에는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씨는 “필리핀 수비크 지역에서 호텔과 리조트 건설 사업에 8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고 진술한 상태다. 검찰은 이 씨가 그만한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정확한 자금의 규모와 성격을 수사할 계획이다. 김 회장이 불법대출을 해줬거나 김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3500억 원의 불법대출 혐의(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등으로 구속 수감한 김 회장을 소환해 그가 빼돌린 고객 예금 2000억 원 가운데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됐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김 회장은 충남 아산시 일대에 아버지와 아들 등의 명의로 10건 안팎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와 김 회장 지인들에 따르면 아산시 송악면 동화리 김 회장의 부모가 사는 집과 그 주변의 밤나무밭 1만3223m²(약 4000평·임야)는 김 회장의 아들 명의로 돼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불법대출을 알선해 주고 5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한주저축은행 여신팀장 이모 씨를 구속 수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김찬경#밀항#저축은행 퇴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