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한국기업 세계를 품다]<11> 기술 -진정성으로 베트남에 감동 선물한 두산비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대대로 빗물받아 먹고 씻던 섬 주민들 “수돗물, 꿈이 현실로”

4일 두산비나 해수 담수화 설비 착공식에서 응우옌반랑 베트남 과학기술부 차관(오른쪽에서 세 번째), 류항하 두산비나 법인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4일 두산비나 해수 담수화 설비 착공식에서 응우옌반랑 베트남 과학기술부 차관(오른쪽에서 세 번째), 류항하 두산비나 법인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 베트남 꽝응아이 성 리선 현 안빈 섬에서 태어난 부이띤꽁 씨(70)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돗물을 써본 적이 없다. 평생을 이곳에서 지낸 그는 빗물을 받아 목욕을 했고, 빗물을 끓여 식수로 사용했다. 이런 그의 삶이 8월이면 바뀐다. 두산중공업 베트남 법인인 두산비나가 안빈 섬에 기증한 해수 담수화설비가 완공되는 이때면 TV에서나 봤던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띤꽁 씨는 “담수화설비에는 자체 발전기도 있어 수돗물뿐 아니라 전기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수돗물을 한 번도 써보지 못하고 눈감을 줄 알았는데…”라며 감격스러워했다. 》
○ “수세대에 걸친 꿈이 이뤄졌다”

4일 안빈 섬에서 열린 해수 담수화설비 착공식에 참석한 주민들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베트남 본토에서 배로 1시간가량 걸리는 이 섬은 면적 69ha(0.69km2)의 작은 섬으로, 102가구 502명이 모여 살고 있다. 지하수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지붕에 설치한 빗물받이를 이용해 우기에 빗물을 모은 뒤 이를 사용한다. 하지만 양도 적을뿐더러 위생에도 좋지 않다. 전기 공급 역시 불안정하다. 10년 전 소규모 태양광 설비가 들어왔지만 제한된 시간에만 쓸 수 있었다.

띤꽁 씨를 포함한 502명의 주민들은 해수 담수화설비가 들어서는 8월부터 수돗물과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 두산비나의 해수 담수화설비는 하루 100t가량의 맑은 물을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보쑤언추인 리선 현 당비서는 착공식에서 “두산비나의 도움으로 수세대에 걸친 안빈 섬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현실이 됐다”며 두산비나 류항하 법인장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기공식에는 현지 주민 외에 응우옌반랑 과학기술부 차관, 응우옌응옥안 꽝응아이 성 군사령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산비나와 꽝응아이 성 간에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른 것이다. 두산의 담수화설비 기술력을 알고 있는 꽝응아이 성에서 먼저 두산비나에 요청했다. 두산비나는 흔쾌히 90만 달러(약 10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 담수화설비가 들어설 지반 검사와 기초공사도 두산비나가 맡았다. 이를 위해 두산비나 직원들은 여러 차례 배를 타고 이 섬을 찾았다.

류 법인장은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분야에 도움을 준다는 두산비나의 사회공헌 철학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돈만 내는 의례적인 사회공헌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꼭 필요한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것이 두산비나 사회공헌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꽝응아이 성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한 두산비나는 그동안 다양한 사회공헌을 통해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바꿔가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두산비나는 성 정부에 중요한 존재다. 베트남 64개 특별시·성 가운데 소득수준이 하위 10위권이었던 꽝응아이 성은 두산비나의 진출 이후 단번에 상위 10위권으로 올라섰다. 꽝응아이 성 관계자는 “두산비나는 경제적인 기여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성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 두산비나, 베트남을 바꾸다


입천장이 갈라진 부이바오응옥 양(왼쪽에서 두 번째)은 고통으로 매일 울었고, 집안 분
위기는 가라앉았다. 하지만 올해 3월 한국에서 두산그룹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뒤 딸은 울음을 멈췄고 집안에 다시 웃음이 찾아왔다. 베트남 꽝응아이 성 바떠 현 자택에서
만난 부이바오투 씨(왼쪽) 가족들. 두산비나 제공
입천장이 갈라진 부이바오응옥 양(왼쪽에서 두 번째)은 고통으로 매일 울었고, 집안 분 위기는 가라앉았다. 하지만 올해 3월 한국에서 두산그룹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뒤 딸은 울음을 멈췄고 집안에 다시 웃음이 찾아왔다. 베트남 꽝응아이 성 바떠 현 자택에서 만난 부이바오투 씨(왼쪽) 가족들. 두산비나 제공
3월 15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의료원에서 만난 부이바오투 씨(29)는 한 번도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큰딸인 부이바오응옥 양(3)의 입천장갈림(구개열) 및 입술갈림증(구순열) 수술을 앞두고 그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천성 안면기형인 입천장갈림 및 입술갈림증은 입술, 잇몸, 입천장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갈라지는 질병으로 식사하기도 쉽지 않다. 투 씨는 “딸이 입천장갈림 및 입술갈림증으로 잘 먹지 못해 걱정”이라며 “부디 수술이 잘 끝나기만을 바란다”며 딸을 안았다.

수술 후 약 50일이 지난 이달 3일, 베트남 꽝응아이 성 바떠 현의 자택에서 투 씨를 다시 만났다. 그는 다른 사람 같았다. 딸을 안고 있는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바짝 말랐던 딸도 그사이 통통해졌다. 투 씨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며 “너무 예뻐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둘째를 낳은 지 얼마 안 돼 한국에 함께 가지 못했던 어머니 응우옌티탄웃 씨(28)는 “남편과 딸을 한국에 보내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무 흉터 없이 너무나 예쁘게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딸을 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말했다.

전기수리공으로 한 달 소득이 150만 동(약 7만5000원)에 불과한 그에게 딸의 수술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딸이 태어난 뒤 오히려 웃음을 잃었던 투 씨의 가족이 웃음을 되찾게 된 것은 두산비나 덕분이다. 두산비나와 중앙대의료원은 2009년부터 꽝응아이 성 정부와 MOU를 맺고 이 지역 입천장갈림 및 입술갈림증 환아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 수술을 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62명이 이 혜택을 받았다. 투 씨는 “처음엔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거짓인 줄 알았다”며 “두산과 한국은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줬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성 정부와 두산비나가 맺은 MOU의 기한은 올해까지였지만 두산비나는 앞으로도 입천장갈림 및 입술갈림증 환아 수술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중앙대의료원도 흔쾌히 협조했다. 중앙대의료원은 수술 지원 외에 매년 여름 의료봉사단을 꽝응아이 지역에 파견해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 주민 5500여 명이 중앙대의료원 의료진의 진료를 받았다. 김남오 두산비나 대리는 “수술 지원 외에 다양한 의료 지원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비나는 2010년 꽝응아이 병원에 3만 달러 규모의 백내장 수술 장비를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의료장비와 의약품을 지역 병원에 전달했다. 또 하노이과학기술대, 다낭외국어대 등 전국 9개 대학 학생들에게 20만 달러의 장학금을 전달했고, 현지 직원들과 가족들이 주축이 된 ‘두산비나 사회봉사단’을 통해 집짓기 운동, 학교설비 개선 등의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 10월 두산비나가 베트남 투자기획부의 ‘사회책임경영’ 대상을 받은 것도 이런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덕분이다.

류항하 법인장은 “두산비나는 이미 베트남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현지 주민들의 마음에 다가간다면 사업 영역 확대와 매출 증대는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응우옌반랑 과기부 차관 “두산비나가 주민들 삶 바꿔 놓을 것” ▼
“최고 기술로 숙원해결 감사”


“두산비나는 지역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일을, 그들이 보유한 최고의 기술로 해결해줬습니다. 중앙정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시합니다.”

4일 베트남 꽝응아이 성 리선 현 안빈 섬에서 열린 두산비나 해수 담수화설비 착공식에 참석한 응우옌반랑 베트남 과학기술부 차관(사진)은 류항하 두산비나 법인장의 두 손을 꼭 잡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두산비나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는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두산비나는 착공식에 반랑 차관을 초청하지 않았다. 교통편이 워낙 불편해 여기에 참석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반랑 차관은 전날 오후 하노이 중앙정부청사를 출발해 1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다낭에 도착했다. 이후 2시간 반을 차로 달려 꽝응아이에 도착한 그는 하룻밤을 묵은 뒤 다시 1시간 동안 배를 타고 안빈 섬 착공식 현장에 왔다. 그는 “착공식이 열린다는 보고를 받고 내가 먼저 가겠다고 했다”며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에 1박2일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랑 차관이 이번 행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해수 담수화설비가 베트남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베트남은 섬이 많은데, 그 가운데 안빈 섬처럼 전기나 수도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 적지 않다”며 “이들 섬에 순차적으로 해수 담수화설비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랑 차관은 “한국이 독자적인 기술로 세계 해수 담수화설비 분야의 강자가 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베트남도 한국과 같은 적극적인 기술개발 및 인력교육을 통해 경제발전을 꾀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꽝응아이(베트남)=글·사진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기업#두산비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