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가 금융투자시장의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글로벌 ETF 시장은 최근 10년 새 20배 가까이 커졌고 국내 ETF 시장은 매년 50% 가까이 확대돼 올해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반 펀드에서는 돈이 빠지는데 왜 ETF에는 자금이 몰릴까요.
ETF는 코스피200 같은 지수(Index)의 오르내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고 주식시장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실시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입니다. ETF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펀드를 알아야 합니다. 펀드는 여러 사람에게서 모은 돈을 투자전문가에게 맡겨 굴리도록 한 상품입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주식전문가인 펀드매니저가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해 벌어들인 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줍니다. 직접 주식투자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전문가에게 맡겼다고 해서 걱정이 없을 수 없습니다. 펀드매니저도 신이 아닌 이상 주식을 잘못 골라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각종 수수료입니다. 펀드매니저가 월급을 받아야 하고 해당 펀드가 주식을 사고팔 때 거래비용도 발생하죠. 이런 비용은 연간 3%쯤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매년 3%씩을 떼인다면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닙니다.
ETF는 이런 걱정을 해결한 상품입니다. 펀드매니저의 오류 가능성과 부담스러운 수수료를 없앴다는 얘기죠. 극단적으로 투자위험을 없애려면 상장된 주식을 모두 사면 되지만 그건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ETF는 사실상 상장된 주식 전체를 사는 효과를 냅니다.
피자 귀퉁이를 떼먹으면 빵 맛만 납니다. 가운데를 먹으면 토핑 맛만 나겠죠. 그렇다고 피자 한 판을 다 먹자니 부담스럽고, 피자 가게에서 잘라놓은 대로 한 조각을 먹으면 어떨까요. 피자 전체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ETF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스피의 모든 종목을 사는 대신 대표주 200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에 투자하면 됩니다. 이렇게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ETF로 KODEX200이란 상품이 있습니다.
또 ETF는 수수료가 일반 펀드의 10% 남짓에 불과합니다. 개별 주식을 사고팔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종목분석에 필요한 연구원 인건비도 필요 없죠. 코스피에는 지수 종류에 따라 120여 개 ETF가 상장돼 있습니다. 개별 종목처럼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으냐고요? 맞습니다. ETF 투자는 단기 대박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ETF가 일반 펀드를 앞지를 수 있다는 걸 과거 역사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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