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또 올려? 공장 문 닫으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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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 한전 인상 움직임에 주물-철강업계 반발

“지난해 전기요금이 두 차례 오르면서 영업이익률이 3%대로 떨어졌습니다. 전기요금이 또 10% 이상 오르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액체 상태의 원료를 형틀에 붓는 주조 방식으로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한 중소 주물부품업체 관계자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추진에 대해 15일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원료를 녹이는 데 쓰이는 전기용해로를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에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한전의 전기요금 13.1% 인상안 요청을 받고 부처 간 협의를 하고 있다. 평소 전기 사용량이 다른 업종보다 많은 철강업체와 주물업체는 올해 전기요금이 또 오르면 원가 부담이 연간 최대 수백억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제품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우려는 더 크다. 완성차업체에 자동차 엔진, 변속기용 주조부품을 공급하는 A사는 지난해 약 19억 원의 전기료를 냈다. 이 회사의 2011년 잠정 순이익은 32억 원 안팎이어서 순이익의 60%가량을 전기요금으로 낸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중소기업동향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3.2%는 최대 애로사항으로 전기요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지목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업종에 따라 원가의 최대 15%까지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라며 “대기업에서 원가인상분을 반영해주지 않으면 상당수 영세기업이 경영난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기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18곳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산업용뿐만이 아닌 주택용 일반용 등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요금인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방침에 반대하던 데서 한발 물러났지만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거나 산업용 요금 인상률을 더 높게 책정해선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10차례에 걸쳐 총 61% 인상돼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94.4%)은 주택용(86.4%)보다 높다”고 말했다. 1000원을 들여 생산한 전기를 산업용으로는 994원을 받고 팔지만 주택용은 864원이라는 싼값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산업계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0.698)이 미국(0.586) 영국(0.608) 일본(0.663) 등에 비해 높아 결코 산업용 전기가 싸지 않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많은 업종은 대부분 기간산업이거나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중소기업 원가 부담과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전은 국내 산업용 전기료의 절대 수준이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과 비하면 지나치게 낮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산업용 전력을 원가 이하로 공급했으며 이는 산업계에 14조4000억 원을 지원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전기료#공장#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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