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밀항에 앞서 3일 우리은행 서울 서초사랑지점에서 인출한 현찰 135억 원은 우리은행 113년 역사상 개인이 한 번에 현찰로 인출한 액수로는 사상 최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인출 다음 날 금융정보분석원에 늑장 보고한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검사하고 있다.
우리은행 서초사랑지점은 2일 김 회장으로부터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맡긴 돈을 찾으려고 하니 현금을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고 본점에 현금 요청을 했다. 현금을 요청할 때는 예금주와 인출 목적을 기재하기 때문에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 및 뱅크런 대비용’으로 썼다고 한다. 지점 요청이 있을 경우 현찰을 보내주는 은행 수신서비스센터는 3일 현금서비스 차량으로 135억 원을 서초사랑지점으로 보냈다. 영업정지가 유력한 미래저축은행에서 거액을 요청했지만 본점에서는 별다른 의심 없이 뭉칫돈을 지점에 내려 보냈고 김 회장은 다음 날 5만 원권으로 135억 원을 챙겨갔다.
통상 은행지점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2억 원, 금고에 1억∼2억 원 등 현찰로 3억∼4억 원만 보유한다. 지점이 보유한 현금을 본점에 맡기면 이자를 받기 때문에 꼭 필요한 현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본점에 예치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찰 135억 원이 한 지점에서 한꺼번에 빠져 나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내부규정에는 일선 영업점에서 3억 원 이상이 인출될 때 본점 상시감시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파악하도록 돼 있지만 김 회장이 돈을 인출할 때는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상시감시시스템은 현금으로 3억 원 이상을 인출해도 수표가 섞여 있으면 보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총 203억 원을 현금 135억 원, 수표 68억 원으로 나눠 인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액의 현금인출이 실시간으로 파악되지 않은 것은 허술한 감시시스템과 은행 직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인 듯하다”며 “내부 통제시스템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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