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의 윤곽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호가가 수천만 원씩 올랐습니다. 하지만 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실망감에 분위기가 급반전됐고, 대책 이후에는 오히려 썰렁해졌어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W공인중개업소 손모 대표)
“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했던 정부의 대책이 ‘껍데기’뿐이라는 게 매수자나 매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거래 문의도 대책 발표 이후에 뚝 끊겼어요.”(송파구 잠실동 P공인중개소 박모 대표)
장기 침체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5·10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째인 17일. 이번 대책의 최대 수혜주로 주목을 받은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차분하다 못해 냉기마저 감돌았다. 이들 지역은 2월 이후 4·11총선을 거치면서 이달 말까지 호가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5000만∼7000만 원이 오르는 등 기대심리로 꿈틀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나 취득세 완화 등과 같은 거래 활성화를 좀 더 자극해 줄 만한 대책들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망감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실제로 개포주공 1단지 36m²(전용면적 기준) 아파트는 4월 초 6억2000만 원까지 올랐던 시세가 이달 들어서면서 5억9000만 원으로 내려앉았다. 잠실주공 5단지 110m²도 9억3000만 원이던 시세가 이달에는 9억1500만 원에 머물고 있다. 대치 은마 101m²도 8억30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 빠졌다. 한때 11억 원까지 갔던 신반포2차 74m²는 최근 8억9000만 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강남3구뿐만 아니라 서울 다른 지역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마포구 공덕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대감으로 매매를 보류하고 있던 집주인들도 다시 호가를 떨어뜨려 내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히려 이번 발표로 적극적인 시장 활성화 대책이 나오기 어려울 거란 부정적인 신호만 준 듯하다”고 말했다.
현장의 공인중개사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5·10대책이 실제 거래현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미흡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실수요자들을 거래시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취득세 감면 등의 적극적 지원책이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구 잠원동의 K공인중개사 K 대표는 “정부가 취득세 감면 등 실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았다면 이 정도로 반응이 없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부동산시장 침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임병철 팀장은 “실질적으로 거래를 유인할 수 있는 금융규제 완화나 취득세 감면 등의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 재건축지역 일부 호가가 급락하는 데는 용적률 등 서울시가 좌지우지하고 있는 규제 사안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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