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차로 2시간가량 떨어진 피라시카바 시의 현대차 브라질 공장. 139만 ㎡ 규모의 사탕수수밭을 밀고 그 위에 공장을 세웠다. 현대자동차 제공
불그스름한 황토 위에 펼쳐진 거대한 사탕수수밭을 뚫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북서쪽으로 170km가량 이어진 왕복 8차로의 반데란츠 고속도로. 7일(현지 시간) 오전 이 도로를 따라 상파울루 시내에서 2시간가량을 차로 달리자 ‘물고기가 머문 자리’라는 의미의 피라시카바 시(市)가 나타났다. 현대자동차의 브라질 공장이 있는 도시다.
피라시카바 시 입구에서 30여 분 더 들어가자 가로 1970m, 세로 826m의 직사각형 모양의 공장터(139만 m²)가 보였다. 2010년 7월부터 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 엠코가 공사를 맡은 이곳은 이미 공장의 대부분이 완성됐다.
한창균 현대차 브라질 법인장은 “황토에서 나오는 먼지를 흡수하기 위해 공장 곳곳에 잔디를 깔고 주변에 나무를 심는 조경 작업이 한창”이라며 “원래 사탕수수밭이었던 곳이 현대차 공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공장은 금년 하반기부터 현대자동차가 브라질 시장을 겨냥해 브라질 전용 차량으로 개발한 HB(1000cc 및 1600cc 급 엔진을 단
소형차)를 연간 15만대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한 법인장은 “휘발유와 경유 외에도 바이오 에탄올을 연료로 쓰는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아가베는 현대차 최초로 다른 연료와 함께 에탄올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플렉시블 엔진’을 장착한다”고 설명했다.
피라시카바 시 측은 준공을 누구보다 기다리는 눈치다. 현대차는 공장에 2000여 명,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5000여 명을 고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바르다스 네그리 피라시카바 시장은 “현대차가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면 연관 고용 효과까지 고려해 약 2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브라질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3.3%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75%가량을 차지하는 피아트와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수십 년 전부터 현지에 공장을 짓고 시장을 지배해온 점을 감안하면 최근 수년간 현대차의 도약은 현지 자동차업계에서도 화제다. 상파울루의 대표적인 오피스타운인 모룸비의 현대차 딜러숍에서 근무하는 산드라 세일즈 매니저는 “요즘은 부유층이 현대차를 메르세데스벤츠에 버금가는 고급차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공장은 현대차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980년대 후반 현대차의 캐나다 공장이 실적 부진으로 문을 닫은 뒤에 해외 생산기지 건설을 꺼리던 현대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에 다시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브라질에 공장을 완공하면서 브릭스 국가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과 미국 체코 터키 등 전 세계 7곳에 생산기지를 갖게 됐다. 브라질 공장의 완공은 2002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톱5’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5대양 6대주에 현대차 공장을 짓겠다”던 글로벌 생산전략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인 셈이다.
피라시카바(상파울루)=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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