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그리스 사태로 유로존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며 세계 경제가 시끄럽더군요. 유로존은 처음 어떻게 생겨나게 됐고 또 왜 이 지경에 이르렀나요? ‘골칫덩이’ 유로존은 꼭 유지해야 하나요? 》
유로존(Eurozone)은 유로화를 공용통화로 쓰는 17개 유럽 국가들을 한데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현재 오스트리아 벨기에 키프로스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몰타 네덜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알파벳순)이 유로존 회원국이죠. 원래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모두 27개국인데 이 가운데 10개국은 자국민의 반대 등을 이유로 유로화를 쓰지 않습니다. 아직 파운드화를 고집하는 영국이 ‘EU 회원국이면서, 유로존 회원국은 아닌’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1999년 출범한 유로화는 도입 초기엔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역내 교역이 늘고 물가가 안정되면서 회원국들은 세계경제의 호황기 속에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물론 환전 비용이나 환(換)위험이 없어지는 부수적인 효과들도 누렸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유로화는 어느새 달러화와 국제거래 때 기준이 되는 기축통화 경쟁을 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죠. 유로화는 마치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공동체(EC), EU 순으로 이어지는 유럽 통합의 성공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유로화 체제는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유로화 도입으로 조달금리가 낮아지자 일부 남유럽 국가들은 분에 넘치게 돈을 갖다 쓰면서 거품 경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스페인 국민이 대출을 받아 너도나도 집을 사면서 큰 부동산 버블이 생긴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 그리스와 같이 제조업 경쟁력이 낮은 나라들은 해마다 무역적자를 내면서도 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습니다. 유로화 가치가 고정돼 있다 보니 통화가치 절하(고환율)로 수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들은 세계경제가 잘 굴러갈 때는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했습니다. 일부 국가의 적자 누적과 거품 경제의 붕괴는 결국 심각한 재정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경제가 위기에 빠져도 통화정책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보니 이들 국가는 돈을 해외에서 빌려올 수밖에 없었죠. 그리스 등 일부 국가는 급기야 디폴트(채무불이행), 즉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재정 위기가 들불처럼 번질 조짐을 보이자 회원국들은 각국의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장치를 도입해봤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죠. 결국 독일 등 유로존의 부자 나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문제 회원국’들의 빚을 탕감해주거나 구제금융을 해줄 수밖에 없었죠. 혹시나 그리스 등 일부 회원국의 이탈로 유로존이 붕괴되면 극심한 경제적 혼란이 일어나고 그간의 유럽 통합 노력도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단일통화 체제의 이런 부작용들이 가시화하면서 ‘유로존의 이혼론(論)’이 조금씩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부부생활에 비유하자면 성격이나 가정환경이 각기 다른데 힘들게 붙어살기보다는 차라리 갈라서는 게 낫겠다는 것이죠. 또 일각에선 재정이 건실한 북유럽과 상대적으로 허약한 남유럽으로 유로존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실제 일부 전문가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먼 미래를 생각하면 그리스나 유럽, 세계경제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유로존의 해체가 자칫 금융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무엇이 맞는 해법인지는 누구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재정위기국의 긴축 노력과 다른 회원국들의 자금 지원으로 유로존이 극적으로 회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유로존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든 간에 경쟁력이나 경제 환경이 제각각인 나라들 간 화폐 통합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특히 단일통화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유럽 각국이 유로존을 둘러싼 난제(難題)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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