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팔다리의 아프리카 어린이는 기아의 상징이 되었다. 아프리카의 식량위기는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영양실조와 설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어린이의 숫자가 전쟁이나 거대한 자연재해로 죽어가는 어린이보다 훨씬 많지만 이 ‘조용한 위기’는 국제사회와 미디어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네갈 북부에서 모리타니아, 말리, 니제르, 차드, 나이지리아, 카메룬, 부르키나파소에 이르는 아프리카 사헬(Sahel)지역이 긴 가뭄으로 인한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무차별적인 산림벌채는 방목으로 황폐화되기 시작한 사헬지대 전체를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불모의 땅으로 만들어버렸다.
유니세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이 지역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300만 명 이상이 굶주리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고통이 더욱 심각한데 당장 치료가 시급한 중증영양실조에 걸린 5세 미만 어린이는 100만 명이나 된다.
니제르 남동부에 위치한 마다룬파 어린이 병원의 경우 영양실조 환아 수가 지난 1월 77명에서 석 달 만에 200명을 넘겼다. 니제르는 절반 이상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차드에 이어 사헬지역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영양실조 비율이 높은 나라다. 마다룬파 어린이 병원에도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심각한 영양실조와 결핵, 말라리아에 걸려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로 가득 차 있다. 생기발랄한 어린이의 모습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생후 16개월 된 아기 하비부는 중증영양실조에 말라리아와 빈혈, 설사병 증세까지 앓고 있다. 정상아라면 최소 10kg은 되어야 하지만 저체중아로 태어나 영양 부족 속에 자란 하비부의 몸무게는 4.5kg이다. 하비부 옆에 누워 있는 아부바카의 상태는 더 위급하다. 영양실조치료우유를 보름간 먹었지만 작은 몸에 설사병과도 싸워야 하기에 회복 속도가 더디다.
스물 한 살의 앳된 얼굴의 아부바카의 엄마는 이번 기근으로 3남매 중 두 아이를 연이어 잃었다. 그녀는 막내아들 아부바카가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사헬지역의 상황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이 지역의 한 세대가 통째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니세프는 지구촌 곳곳에서 이러한 ‘조용한 위기’를 막기 위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구호활동과 함께 국제사회에 동참을 호소에도 지원 속도가 더딘 상태이다. 1년 간 사헬지역에서 영양실조를 긴급치료하는데 필요한 기금 1억 2천만 불. 하지만 3월 초까지 모인 기금은 3700만 불에 불과하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도 사헬지역 긴급구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기후원과 일시후원을 통해 긴급구호에 동참할 수 있다. ‘플럼피넛’이라 불리는 영양실조치료식은 하루에 세 번씩 1주일만 먹어도 생명이 위급한 중증영양실조 어린이를 살릴 수 있다. 유니세프는 현재 사헬 전지역에 이 치료식과 의약품, 비타민을 제공해 어린 생명들을 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