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5000억 달러]해외건설 수주액, 47년 만에 5000억 달러 금자탑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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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중동 50% 아시아 30% 등 수주시장 다변화 노력 성과
국산 장비의 우수성 널리 알리는 해외 홍보 노력 강화해야


《다음 달이면 국내 업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1965년 11월 540만 달러 공사를 따내며 시작된 해외건설 사업이 47년 만에 새로운 금자탑을 또 한번 쌓게 된 것이다. 1, 2차 오일쇼크에 국가 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해외건설은 달러 벌이 창구로서 버팀목이 되기도 했지만 1980년대 중반에는 수많은 부도 건설업체를 양산해 내는 천덕꾸러기로 취급받기도 했다. 2007년 이후에는 그 어느 때보다 튼실한 국내업체의 경쟁력과 치밀한 수주전략이 밑거름이 돼 ‘제2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우려와 내실을 기하기 위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000억 달러 금자탑을 눈앞에 둔 해외건설의 지나온 과정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 시작은 미미하나 창대해진 해외건설

국내 업체의 해외건설 시장 진출은 1965년 11월 현대건설이 태국에서 540만 달러짜리 도로공사를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는 국내 업체의 해외건설 시장 개척기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미군 사업이나 차관 사업 관련 공사를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졌다. 수주액 규모도 1972년까지는 연간 1억 달러 미만에 그쳤다.

1970년대 중반 이후 1980년대 초반까지는 해외건설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다. 1973년 처음으로 1억7400만 달러를 수주하면서 1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그해에 삼환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400만 달러 규모의 도로공사를 수주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여겨지고 있는 ‘중동’의 문이 열렸다. 이후 해외건설 수주액은 매년 2, 3배씩 성장을 거듭해 1981년에는 100억 달러 수주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이후 1983년까지 3년 연속 100억 달러 수주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미국에 이어 해외건설 2대 강국에 올라섰다. 하지만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중동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일감이 줄자 중동에 집중됐던 국내 업체의 해외건설 취약점이 고스란히 문제가 됐다. 그 결과 1984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해외건설은 긴 침체기를 걷는다. 100억 달러가 넘던 연간 수주액도 1987년에는 17억 달러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1990년 동아건설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 2단계(46억 달러)를 따내며 그해 수주액이 67억 달러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1993년까지 수주액은 50억 달러를 밑돌았다.

1994년부터 해외건설은 다시 도약기를 맞는다. 이번에는 신흥 개발도상국이 밀집해 있는 아시아가 중심이 됐고, 1997년에는 140억 달러를 수주했을 정도다. 여기에 1997년에 터진 외환위기를 거치며 국내 업체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 이를 통해 토목과 건축 중심에서 플랜트와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수주 타깃을 바꾼다. 2004년까지 진행된 구조조정 노력은 이후 커다란 결실을 얻는다.

2005년 이후 국내 업체들은 ‘제2의 해외건설 중흥기’를 맞고 있다. 해외공사 수주액은 매년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기록을 잇따라 갈아 치우고 있다. 2007년 이후 올해 5월 23일 현재까지 수주한 공사금액만 무려 2781억 달러에 이를 정도다. 이는 1965년 이후 전체 누적 수주액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 단순 토목에서 복합 프로젝트로 진화


국내 업체가 최근 들어 해외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주세를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산업설비 부문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설비에는 발전소 화학공장 가스처리시설 정유공장 제철소 정유시설 가스저장시설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수주액(591억 달러)의 73%가량이 산업설비 부문이었다.

국내에서 일감을 찾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활발하게 해외로 나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 이전까지 해외시장에 신규 진출한 업체는 매년 20개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100곳 이상의 업체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수주 지역이 다변화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1960∼1980년대 국내 업체들의 해외공사 수주액의 90%가량은 중동지역에 집중됐다. 1990년대에는 아시아가 57%로 절반을 넘었다. 아프리카나 기타 지역의 수주 비중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며 양상이 바뀌었다. 중동이 50%를 유지하고, 아시아가 30% 안팎으로 여전히 비중이 높지만 아프리카와 기타 지역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불모지로 여겨졌던 남미시장에서 수주가 잇따르고 있어 정부와 업체들의 수주시장 다변화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숨고르기 필요

이렇듯 외형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5년간 수주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현장 전문인력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 또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수주함으로써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한 리스크가 동반 상승한 것도 문제다.

여기에 20%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외화가득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위해선 전체 공사비의 50∼60%를 차지하는 장비비와 자재비의 국내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산 기자재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 마련과 함께 국산 장비의 우수성을 해외 발주처에 알리는 홍보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20% 미만에 머물고 있는 국내 인건비 비중도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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