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5억 원 상당의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했던 자영업자 김모 씨(53)는 이번 달 증시가 폭락해 해당 주식의 주가가 10% 이상 떨어지자 증여를 취소했다.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과거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주가 하락 추이를 봐서 5월 중 다시 증여할 생각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면서 국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불안한 장세가 지속되자 개인들의 재테크 양태도 달라지고 있다. 부자 투자자들은 주식 증여 취소로 ‘세(稅)테크’에 나서고, 일반 투자자들은 종목 대신 시장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고 있다.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졌다고 판단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반등 시점에 대비해 새로 가입할 주식형펀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 증여 시점 조정해 절세(節稅)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주가가 폭락한 틈을 타 세금을 한 푼이라도 줄여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무사업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1,900 선 이상일 때 자녀에게 증여한 주식을 돌려받은 뒤 다시 증여 시점을 잡으려는 자산가들이 급증하고 있다.
주식 증여에 부과하는 세금은 증여 시점 전후로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주가 하락기에 증여하면 평균 종가가 낮아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올해 3월 23일 주식을 증여했다면 앞뒤 2개월씩인 1월 24일∼5월 22일의 평균 종가가 증여재산 기준 주가가 된다.
증여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이후에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주식을 다시 본인 계좌로 가져오기만 하면 증여가 취소된다. 이은하 미래에셋증권 세무사는 “현금 증여 땐 취소할 방법이 없지만 주식은 도로 계좌로 옮겨오면 되므로 증여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시장 방향성에 베팅하는 ETF
특정 종목이 아니라 지수에 연동되는 ETF에도 관심이 뜨겁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1,800 선이 붕괴되는 등 하락폭이 가장 컸던 18일 ETF 거래대금은 8489억 원, 거래량은 7630만 좌를 나타냈다. 이는 한 달 전인 4월 18일 거래대금(3452억 원)과 거래량(2600만 좌)에 비해 각각 145.9%, 188.83%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수와 반대로 움직여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인버스ETF와 주가지수 변동률의 2배로 가격이 오르내리도록 설계해 지수가 오르면 2배의 수익을 내고 하락하면 2배의 손실을 보는 레버리지ETF 같은 파생상품형 ETF가 각광받고 있다. 코스피가 지나치게 하락했다는 판단이 커지면서 대표적 레버리지ETF인 ‘삼성KODEX레버리지ETF’는 이달 하루평균 거래량이 1∼4월의 하루평균 거래량보다 14% 이상 늘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 장세에서는 종목 투자로 수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라며 “변동성이 큰 장에서 고수익을 노리던 단타성 자금이 레버리지ETF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 주가 쌀 때가 주식형펀드 가입 적기
올 들어 환매가 쇄도하던 국내 주식형펀드로도 이달 들어 시중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올 들어 4월 말까지 5조8000억여 원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달 14일 이후 22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로 8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코스피 하락세가 이어지자 나중에 증시가 반등할 때 더 큰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 주가가 쌀 때 돈을 넣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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