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9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택경기가 부진하고 신용카드 사용이 둔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24일 한국은행의 ‘1분기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사의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부채 잔액은 3월 말 현재 911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911조9000억 원)보다 5000억 원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2009년 1분기(―0.4%)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부문별로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주택경기 부진과 연말 상여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2조7000억 원 감소한 453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구매도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강화되고 카드사의 부가서비스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말보다 1조2000억 원 감소했다. 다만, 보험사 증권사 등 기타 금융회사의 대출액은 3조1000억 원 늘었다.
가계부채 총액은 2010년 800조 원, 2011년 900조 원을 넘으면서 빠르게 증가해 왔지만 올 1분기에 주춤하면서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한국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54.9%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45.8%보다 9.1%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5개국(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중 아일랜드(228.7%)를 제외한 4개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럽 국가 중 부동산 거품이 가장 심하다는 스페인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40.5%이고, 포르투갈은 154.1%, 그리스는 97.8%, 이탈리아는 80.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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