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과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0, 30대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고려대 총장 출신인 어 회장이 대학생 전용 점포인 락스타(樂star)존을 설치하고 김연아, 이승기 같은 젊은 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2030세대와 접점을 늘리자 4대 금융그룹 중 수익을 가장 많이 내는 신한금융도 이에 뒤지지 않겠다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 회장은 최근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 선호 1위 은행 조사와 젊은 고객을 상대로 한 광고 인지도 및 선호도 조사에서 신한이 KB에 뒤지자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장은 “수익, 주가, 이미지 측면에서 신한이 KB에 뒤질 게 없고 최근 몇 년간 광고 인지도도 앞섰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며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 및 마케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어 회장은 이참에 ‘KB=젊은이가 좋아하는 1위 은행’이라는 브랜드를 굳히겠다며 다양한 행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달 말까지 전국 41개 락스타존에서 음악공연, 취업특강, 채용설명회 등으로 구성된 ‘컬처&인포(Culture & Info)’ 행사를 개최한다. KB가 젊은이들의 메카인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랩 경연대회를 열고 광고 내레이터로 힙합 가수 바비 킴을 선택한 것도 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두 금융그룹 수장(首長)의 행보는 포화상태인 국내 금융업의 현실에서 젊은 고객을 확보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이 다른 은행 고객을 뺏어오거나 잠재 고객을 육성하는 길밖에 없는 상태에서 다른 은행과 출혈경쟁을 벌이느니 곧 직장인이 될 2030세대를 ‘확실한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성장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금융사고로 금융업 전반에 대한 인식이 싸늘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금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변화에 늦다’ ‘비리가 많다’ 등을 연상하므로 다른 금융사와 차별화하려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1위 은행’이라는 브랜드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계에서는 이력과 경영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 2030세대 공략이라는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어 회장은 학자 출신, 외부 인사, 공격적인 이미지와 튀는 언행으로 눈에 띄는 반면 한 회장은 베테랑 금융인, 내부 인사, 화합과 안정 중시로 요약돼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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