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거물들, 사모펀드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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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8일 03시 00분


전직 CEO-고위관료- 은행장 잇달아 뛰어들며 격전지로
높은 보수 - 성장 가능성 매력

해외 투자은행(IB) 출신 유학파나 인수합병(M&A) 중개회사인 ‘부티크’ 출신들이 주도했던 국내 사모펀드업계가 전직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고위관료 은행장 등 경제계 거물들의 전쟁터로 바뀌고 있다.

우리은행장,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후 2008년부터 4년간 칩거했던 이덕훈 씨는 최근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라는 이름의 사모펀드를 설립하고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뜻을 밝혔다. 올해 2월 퇴직한 구본진 전 재정업무관리관도 사회기반시설 전문 투자 사모펀드인 트루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민간 화력발전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보다 먼저 사모펀드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시절 월스트리트저널(WSJ)로부터 ‘세계 경제를 이끌 15인’으로 뽑혔던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은 2005년 보고펀드를 설립한 후 동양생명 비씨카드 아이리버 노비타 등에 투자했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오른팔’로 불렸던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도 2004년 칸서스자산운용을 설립해 메디슨 하이마트 등에 투자했다. 2006년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를 설립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포스코파워 일진반도체 청담러닝 등 정보기술(IT)업체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민유성 전 산은지주회장은 지난해 타임교육홀딩스를 소유한 티스톤파트너스에 합류해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한 바 있고 최근에는 뉴스위크 아시아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금융전문가들은 경제계 거물들의 잇따른 사모펀드업계 진출에 대해 오랫동안 일할 수 있고 상당한 돈을 만질 수 있는 데다 국내에 막 도입된 사모펀드 시장에서 선구자 이미지를 남기고 싶어 하는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덕훈 전 행장과 함께 키스톤을 만든 김정한 전 우리금융지주 전무는 “평균수명은 길어지는데 각자의 분야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사람들이 50대 중·후반에 퇴직하면 몇 십 년간 할 일이 없다”며 “사모펀드의 특성상 거래 한 건을 추진하는 데 최소 3∼5년이 걸리고 본인이 사모펀드를 설립하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거래금액의 최소 2%를 수수료로 받는 사모펀드업계의 높은 보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최소 4조 원이 필요한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성공한 사모펀드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 펀드는 매년 800억 원 정도를 가져갈 수 있다. 게다가 인수한 회사의 가치를 높여 나중에 비싸게 팔면 수천억 원∼수조 원에 이르는 매각차익에서 엄청난 보너스를 챙길 수도 있다.

민유성 티스톤 회장은 “사모펀드는 단순히 금융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전반의 정보를 집약한 자본주의의 첨단 분야”라며 “선진국에 비하면 국내 사모펀드시장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역설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사모펀드#경제계 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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