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이동통신업체가 한국의 소프트웨어를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소프트웨어=미국’이라는 상식이 깨진 셈이지요.”(안천홍 알서포트 일본지사장)
“인고의 세월이라고 할까요. 한국 소프트웨어가 일본에 진출한 지 10여년 만에 이제 싹을 틔우는 것 같아요.”(장대훈 안랩 일본지사장)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부터입니다. 토종 소프트웨어에 많은 기회가 올 겁니다.”(천일화 미니게이트 일본지사장)
한국 토종 소프트웨어 3사의 일본지사장들이 28일 KOTRA 도쿄IT지원센터에 모였다. 이들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미 일본 통신시장에 휴대전화나 정보기술(IT) 주변기기와 같은 하드웨어 제품은 수출해 왔지만 소프트웨어가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격지원서비스 소프트웨어 업체 알서포트는 최근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이동통신사 NTT도코모가 올해 여름부터 판매할 모든 스마트폰에 이 회사 제품을 임베디드(내장형) 애플리케이션으로 넣기로 했다. 도코모는 2015년까지 6000만 가입자 중 4000만 명이 스마트폰으로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국민(약 1억2000만 명) 3명 중 1명이 한국산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게 되는 셈이다.
원격지원서비스는 휴대전화 화면 버튼만 누르면 통신사와 음성으로 연결돼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스마트폰 기능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도코모 측은 이달 중순 신상품 시판 기자회견에서 “원격지원서비스가 올해 신상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하드웨어나 기반기술이 뛰어난 일본 IT업계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미국과 같은 IT선진국 제품을 사서 쓰는 게 관행이었다. 세계 IT시장에서 일본 소프트웨어 업체가 힘을 못 쓰는 이유다. 안 지사장은 “삼성 LG 등 한국 대기업과 거래하던 일본의 대형 통신업체가 이제 한국 중소벤처 소프트웨어 업체를 상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PC보안업체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은 NEC의 모바일판매사업 부문인 NEC모바일과 휴대전화용 백신바이러스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일본에서는 최근만 해도 “스마트폰 백신은 필요없다”는 게 대세였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급증하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지난해만 해도 한 달에 발견된 바이러스가 평균 20개였지만 올해 3월 5300개가 넘었다.
장 지사장은 “이번 계약은 오사카와 나고야 지역에 한정된 서비스이지만 미국과 유럽계 보안 소프트웨어가 독식해온 일본 시장에 틈을 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납품이나 계약 실적이 생명인 일본에서 일단은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한국보다 늦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크고 있다. 올 한 해 30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배경화면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미니게이트는 이 같은 시장의 변화 속에서 재빨리 아이디어를 포착했다. 일본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이통사가 제공하는 배경화면 대신 자기만의 배경화면을 내려받는 경우가 많은데, 스마트폰 멀티미디어 기능을 살린 ‘셰이크’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것. 소비자에게는 ‘폰 꾸미기’일 뿐이지만 기업에는 강력한 홍보수단이어서 일본 기업들이 저마다 눈독을 들이고 있다. 천 지사장은 “이달부터 FC 도쿄 등 일본 프로축구 소속 구단 4곳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핵심 팬이 많은 스포츠 구단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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