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자원부국’ ‘새롭게 떠오르는 이머징 국가’ 베트남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은 하나같이 ‘장밋빛’이었다. 운용사들은 유행처럼 베트남 펀드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회사원 김모 씨(38)도 2008년 베트남 펀드 바람에 올라탔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그의 펀드는 여전히 반쪽 신세다. 증권사에 전화해 항의도 하고, 없는 돈인 셈 치고 묵혀두자는 생각도 했지만 장기투자가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는 “당시 베트남 펀드가 좋다는 말에 너무 쉽게 이끌려 투자 결정을 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그동안 외면받던 주식형펀드에 다시 돈을 넣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김 씨 같은 사례를 들면서 펀드를 고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 열기에 휩싸였던 펀드가 맥없이 꼬꾸라지며 투자자들을 울리는 ‘펀드투자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와인 열풍에 빠지게 했던 만화 ‘신의 물방울’의 인기를 좇아 만들어졌던 와인펀드, 재테크의 일환으로 미술품 투자가 뜨면서 만들어진 아트펀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물의 가치가 새롭게 떠오를 거란 기대감에서 등장한 물 펀드, 경쟁력 있는 한우를 지키자는 취지에서 생겨난 한우펀드 등은 모두 유행을 타고 ‘반짝 인기’를 얻었던 펀드들이었다. 동유럽 펀드, 베트남 펀드, 중국본토 펀드에도 해당 지역의 성장가능성이 부각됐을 때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 이들 펀드의 수익률은 대부분 설정 당시 열기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물 펀드의 경우 올 들어 4∼5%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설정 이후 수익률은 참담한 수준이다. ‘삼성글로벌Water증권자투자신탁 1’은 2007년 4월 설정 이후 수익률이 25일 현재 ―27.29%에 머물고 있다. ‘한국투자워터증권투자신탁 1’은 더 심각해 2007년 5월 설정 이후 ―56.72%로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까먹었다.
프리미엄급 와인에 투자하는 와인펀드는 2007년 집중적으로 만들어지며 한때 높은 수익률을 과시했지만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도이치DWS와인그로스’은 2008년 5월 설정 이후 수익률은 4.77%에 그치고 있고, ‘유리글로벌Wine신의물방울증권투자신탁’은 ―6.33%로 원금손실 상태다.
그나마 사모펀드로 운용 중인 아트펀드는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사모명품아트특별자산’은 연초 이후 수익률은 0.10%이지만 설정 이후는 22.12%에 이르고 있다. 한때 원금을 까먹던 중국본토 펀드도 올해는 5.70%의 수익률로 선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행에 편승해 만들어진 테마펀드들은 특정 업종이나 지역에 집중하다 보니 한번 요동치면 손실이 커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때 유행을 추종하는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며 “이색펀드 투자는 어디까지나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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