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송 잇단 패소 금감원, 변호사 17명 더 채용

모두 51명으로 늘어

지난해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된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한 금융감독원이 변호사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6월 4일자로 변호사 17명을 신규 임용했다. 금감원에는 현재 변호사 34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 신입 변호사가 합류하면 51명으로 늘어난다.

금감원 변호사직은 ‘경력 1년 이상’으로 지원자격에 제한을 둬 사법연수원 졸업 예정자나 로스쿨 출신들은 지원할 수 없었지만 115명이나 지원해 6.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금융 관련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변호사들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채용되는 변호사들은 대졸 신입직원들이 4∼5년 근무해야 승진할 수 있는 4급 대우를 받는다. 3년 정도의 경력자라면 연봉이 7000만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이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자격증 수당’으로 월 50만 원씩 받는다”며 “이번에 채용되는 변호사들의 연봉에는 이 수당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신규 채용하는 변호사들을 법무실뿐만 아니라 기업공시, 회계, 검사 등 다양한 부서에 배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전체 직원 1600여 명 중 변호사가 20명이던 금감원이 최근 1년 새 변호사를 대거 채용하는 것은 법무 업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지만 지난해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3, 4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제재처분 취소 청구소송과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등이 낸 징계요구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했다. 두 사건은 당시 ‘무리한 징계’ ‘보복성 검사’라는 논란을 빚었다. 금감원은 소송에서 패소한 직후인 지난해 7월 전문직 공채를 통해 변호사 13명을 채용한 바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