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 ‘실버인력 큰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달려갔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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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 30일 일본 도쿄에 ‘인력시장 장’이 섰다. 일용직 노동자를 위한 새벽 노동시장이 아니다. 소니, 도요타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에서 은퇴한 고급 기술자들을 위한 자리다. 이들을 한국 기업에 소개하기 위해 KOTRA가 마련한 채용상담회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대거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인 유학생을 채용하기 위한 일본 기업의 취업상담회도 함께 진행됐다. 》
○ 일본 단카이(단塊) 기술자를 잡아라

“한국에서 내 인생을 리셋(새 출발)하고 싶어요.” 30일 일본 도쿄 지요다 구에 있는 ‘도쿄국제포럼’에서 한국 기업과 일본 은퇴 기술자를 연결해주는 채용상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대기업 9개사와 일본 기술자 150여 명이 참여해 현장 채용면접이 이뤄졌다. 도쿄=김창원특파원 changkim@donga.com
“한국에서 내 인생을 리셋(새 출발)하고 싶어요.” 30일 일본 도쿄 지요다 구에 있는 ‘도쿄국제포럼’에서 한국 기업과 일본 은퇴 기술자를 연결해주는 채용상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대기업 9개사와 일본 기술자 150여 명이 참여해 현장 채용면접이 이뤄졌다. 도쿄=김창원특파원 changkim@donga.com
도쿄 도심에 있는 도쿄국제포럼 회의실. 이른 아침부터 150여 명의 일본인이 방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최근 직장을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이른바 단카이 엔지니어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은 올해부터 은퇴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전기전자 기업들이 막대한 적자를 이기지 못해 2008년 이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함에 따라 이들의 은퇴 시기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일본의 전후 부흥을 주도한 단카이 엔지니어의 기술력이 아쉬운 실정이다. 특히 화학이나 철강, 플랜트설계 등 아직은 일본이 앞서 있는 산업분야일수록 이들의 기술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한국에서 취업한 외국인 가운데 전문직은 4만4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근로자의 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40∼50%임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국의 플랜트 전문업체 A사 임원은 “일본은 원자력발전 등 각종 플랜트 분야에 보석 같은 숨은 인재가 많이 있다”며 “회사에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재라면 무조건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체 B사의 면접담당관은 “세계 곳곳에서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고급 엔지니어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최근 일본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인재 확보에 유리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단카이 엔지니어들도 한국 재취업을 선호하고 있다. 30년간 소니에서 품질관리를 담당하다 지난해 은퇴한 우노 다치가와(가명·64) 씨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한국이 심리적으로나 거리상 가까워 한국 기업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의 젊은 피 찾는 일본 기업


이날 오후에 옆 회의실에서 열린 일본 기업의 ‘한국인 유학생 채용상담회’에는 일본 기업과 일본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 9개사가 참여해 한국인 유학생 100여 명을 상대로 즉석 면접을 했다. 한국 기업이 일본 은퇴 기술자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면 일본 기업은 의욕 넘치는 한국의 젊은 피를 찾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장비 제조 대기업 C사는 한국 유학생 3명을 채용하기 위해 30여 명과 면접을 했다. C사의 면접담당자는 “한국 기업이 세계 곳곳에 많이 나가 있어 한국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한국 유학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공업 대기업인 D사의 인사담당 임원은 “한국 인재들은 적극성이나 외국어 능력도 뛰어나지만 특히 값싼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해오는 아웃소싱 능력이 발군”이라고 강조했다.

신환섭 KOTRA 도쿄지역본부장은 “한국과 일본에는 취업을 희망하는 고급 기술자와 유학생이 많이 있지만 기업의 구인정보가 부족해 채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재 확보를 위한 시스템을 상설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일본#실버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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