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본사 사무직 직원들이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재킷을 벗는다. 올여름 전력수요가 급증해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그동안 비즈니스 복장의 ‘최후의 보루’였던 재킷을 벗고 정부의 절전 호소에 동참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08년 여름 넥타이를 매지 않도록 복장 규정을 개편한 뒤 올해는 재킷을 벗고 반팔 셔츠 차림으로 출퇴근할 것을 권장했다”며 “그만큼 여름철 전력난이 심각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전력 보릿고개’를 앞두고 산업계가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앞서 에너지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때 이른 더위와 일부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에 따라 전력공급 차질이 예상되자 절전대책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산업계에 요구한 바 있다.
포스코는 “공장 수리일정을 7∼8월 전력피크 때로 집중 배치해 전력사용을 줄이고, 자가발전 비율을 최대한 높이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국내 연간 전력소비량의 약 9.6%를 차지하는 철강기업들의 대표 격인 포스코가 앞장서 전력난 해소에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여름철 근무복장의 변화를 시도한 삼성 역시 6∼8월 생산현장에서 5%, 사무실에서 10%, 직원들의 가정에서는 15%를 절전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절전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임직원 가정이 월간 전력사용을 10% 이상 줄이면 문화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도 연다.
30일 이동근 범경제계 에너지절약운동본부 본부장(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대한상의 14만 회원기업을 대상으로 일본 수준의 고강도 절전 캠페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 산업계가 지난해 160개의 ‘전력절감 자주행동계획’을 세워 전력사용량을 20% 줄였듯이 국내 산업계도 전력사용량을 최소 5% 줄이겠다는 것이다. 본부는 이를 위해 △피크타임대를 피한 전력 사용 △자가발전기의 적극 활용 △조업시간 분산 등의 ‘50대 절전 행동요령’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전력난 극복을 위해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대신 현재 논의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은 물가인상률 수준으로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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