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쇼핑센터로 등록해 조례 통과해도 휴무없이 영업
“대형마트 영업만 도와주는 꼴”… 서울시 일괄휴업 방침 차질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일을 정한 조례가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용산구와 동작구를 제외한 23개구에서 공포 또는 시행 중이다. 그러나 용산구의회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례를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워 서울시의 일괄 휴업 방침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3월 각 자치구에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로 의무휴업일을 통일할 것을 권고했다.
○ 조례 제정해도 대형마트 2곳 영업 가능
용산구와 용산구의회에 따르면 관내 대형마트는 이마트와 하나로클럽 2곳이다. 그러나 2곳 모두 의무휴업 조례가 제정되더라도 일요일에 쉬지 않는다. 이마트는 아이파크몰과 함께 쇼핑센터로 등록됐다. 농협은 농축수산물 매출 비중이 51%를 초과해 제외된다. 대형마트 외에 SSM 6곳만 조례 적용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용산구의회는 4월 25일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조례를 제정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에서다. 6월 8일 임시회를 개회하면 재상정되지만 구의회는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박길준 용산구의회 의장은 “하루 매출이 수억 원에 달하는 대형마트는 문을 열고 하루 매출을 모두 합쳐도 1억 원이 안 되는 SSM 6곳만 문을 닫는다”며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조례를 제정하는 것인데 오히려 대형마트 영업만 도와주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 일괄 휴업 강요에 제동
구의회는 시가 자치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의무휴업 조례를 제정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초 용산구는 실질적인 혜택이 없는 조례안 제정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3월부터 ‘서울 자치구가 모두 조례를 제정하는데 용산구만 빠지기 어렵다’ ‘시가 하는 일을 거부할 수 없다’는 구청의 호소가 이어졌다.
박 의장은 “조례가 시행되면 대형마트는 ‘연중무휴’ 간판을 내걸고 인근 다른 구 손님까지 모두 끌어모을 것”이라며 “생색내기 조례 제정은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이마트 용산점은 점포 곳곳에 ‘이마트 용산점은 휴점 없이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두고 있다.
실리보다 명분에 치우친 의무휴업 조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을 돕는다는 정책 목표는 바람직하지만 실행 방법이 정교하지 못하다”며 “25개 자치구에서 일괄 휴업한다는 명분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번 의무휴업 조례가 실효성을 얻으려면 점포 등록 단계에서 법망을 피해갈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대형마트가 1곳도 없는 동작구는 조례를 통과시킬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일부 구에서 최초 조례 제정을 앞세우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이달 초 구의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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