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주부 박경옥 씨(47)는 요즘 신문에 딸려오는 전자제품 대리점 광고 전단을 꼼꼼하게 훑어본다. 장마와 더위를 막아 줄 제습기를 고르기 위해서다. 박 씨는 올 초까지만 해도 거실과 아이들 방에 설치된 에어컨을 바꿀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제습기로 눈을 돌렸다.
○ 제습기, 틈새 상품에서 여름 대표 가전으로 부상
최근 박 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면서 가정용 제습기가 주목받고 있다. 몇 년 전까지도 상업용 제품이 주류를 이뤘지만, 가정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2009년 4만 대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2010년 15만 대, 그 이듬해에는 20만 대가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판매량이 매년 20∼30% 증가함에 따라 올해는 30만∼35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팔리는 시기도 앞당겨졌다. 하이마트 등의 가전양판점에서 비수기로 분류되던 4, 5월의 제습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 늘었다.
대표적 이유로는 한반도의 기후변화가 꼽힌다. 예전보다 여름이 길어지고 습도도 높아지면서 좀 더 일찍 제습기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것. 실내에 빨래를 너는 가정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전력 수급의 어려움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의 위험으로 전기 사용을 아끼려는 분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현재 LG전자와 중소기업인 위닉스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LG전자의 인기 제품(모델명 LD-107DDR)은 10L 용량으로 최대 41m²(약 12평)까지 지원한다. 거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신발 건조나 의류 건조 기능도 제공한다. 위닉스는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발생을 막는 제품을 내놨다.
웅진코웨이가 4월 선보인 제품은 15L 대용량으로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2단계 필터 시스템을 지원한다. 위니아만도는 공기청정기능과 제습기능을 결합한 ‘에어워셔’를 내놨다. 동양매직은 집 안과 밖의 온도 차이로 창문에 물이 고이는 결로 현상을 방지해 주는 제품을 내놓아 겨울에도 쓸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습기는 습기를 제거하는 본래 역할 외에도 빨래를 쉽게 말리거나, 집 안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갖추면서 진화하고 있다”며 “점차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올여름 정수기 키워드는 ‘콤팩트’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면서 정수기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 특히 올해 새로 선보인 제품들은 냉온수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부피를 줄여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웅진코웨이가 4월 내놓은 ‘한 뼘 정수기’는 출시 열흘 만에 1만 대, 5월 첫째 주에만 2만1000대가 팔려나가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 정수기보다 부피를 줄여 좁은 공간에도 쉽게 설치하도록 제작됐다. 교원L&C에서 4월 출시한 웰스 정수기는 국내 최초로 전기포트와 휴대전화 충전 단자를 결합했다. 부피를 줄이면서도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한 달 만에 7000대 이상 판매됐다. LG전자도 스테인리스를 채용한 데스크톱형 정수기를 내놓고 인기 몰이에 나서고 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1인 가구가 점차 늘고, 소형 주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고객도 많은 편”이라며 “부피를 줄이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정수기가 올해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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