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재미 없어?…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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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글로벌 車업계, 자동차 외면 2030고객 잡기

“젊은 층이 다시 운전대를 잡게 만들어라.”

운전을 외면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며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이 커져가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차를 사지 않거나 아예 운전면허조차 따지 않는 청년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젊은이들이 운전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각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 소형차 개발, 아이돌 등장 등 관심 끌기에 총력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3월 젊은 층을 겨냥한 스포츠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인 ‘벨로스터’를 출시한 데 이어 올 4월부터는 고성능 모델인 ‘벨로스터 터보’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이 차의 주된 구입 연령층은 20, 30대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2010년 4월부터는 마케팅 대상을 유소년층으로 확대한 전담부서 ‘유스마케팅팀’을 발족하고 애플 아이폰용 모바일 게임인 ‘벨로스터 HD’를 개발해 배포하기도 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후지TV가 4월부터 방영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AKB자동차부’(자동차 클럽이라는 뜻)의 후원을 맡았다. 이 프로그램은 최전성기의 여성 아이돌 그룹인 ‘AKB48’이 출연해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전직 F1(포뮬러원) 드라이버 등 전문가들과 차를 타며 운전의 재미를 깨닫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요타는 이 프로그램에 ‘FUN TO DRIVE, AGAIN(운전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이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2일 방송분에서는 20, 30대 소비자 공략을 위해 개발한 소형 스포츠카 ‘86’이 등장했다. 도요타는 또 어린이 대상 기업홍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4월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젊은 층의 관심을 끌었다.

고급차 브랜드인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도 젊은 층 소비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디터 체체 다임러그룹 회장은 “소형차인 B클래스와 A클래스, CLA 출시를 통해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할리우드 영화와 연계한 마케팅(‘트랜스포머’와 쉐보레 카마로)이나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동하는 텔레매틱스(무선통신을 이용한 차량용 인터넷서비스) 시스템 보급에 힘쓰고 있다.

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인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와 취업난 등으로 젊은 운전자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자동차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런 시장의 변화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젊은 세대 운전 외면은 세계적인 추세

미국 연방 도로관리청에 따르면 2010년 14∼34세 미국인 중 운전면허 미취득자 비중은 10년 전인 2001년보다 5%포인트 증가한 26%였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18∼24세 미국인의 46%는 ‘운전보다 인터넷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보급 확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8∼25세 운전면허 보유자 비중은 2007년 10.72%에서 2010년 8.91%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와 이 연령대 인구수 유입 증가로 비중이 9.24%로 소폭 증가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일 뿐 점진적인 감소세는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 후 20대의 신차 구매가 급격히 줄어 버블 붕괴 직전 770만 대 규모의 내수시장이 지난해 421만 대로 위축됐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운전#현대자동차#소형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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