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공포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국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투자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5월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 3조3847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6월 들어서도 1일과 4일 각각 2000억 원이 넘는 매도 우위를 보이며 ‘셀 코리아’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의 특성상 6월 외국인 투자 흐름이 올해 한국 증시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자금 이탈 이어지면 1,700도 위험?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을 주도하는 것은 유럽계이다. 5월 들어 국내 증시에서 영국과 프랑스 등을 포함한 유럽계 자금이 3조 원 넘게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해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유럽 은행들에 이번 달 말까지 핵심자기자본비율(CT1) 9% 이상 요건을 충족하라고 요구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주요 투자은행이 위치한 영국계 자금이 4월 6880억 원 순매도를 나타낸 데 이어 5월 1조7000억 원가량 빠져나간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보유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한 유럽 은행들이 현금 자산 확보에 더 열을 올리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그리스 유로존 탈퇴나 스페인 구제금융 같은 추가적인 악재가 겹친다면 코스피 1,700 선마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계 자금은 당분간 추가 이탈이 불가피한 데다 유럽 문제가 미국과 중국 등 경제 주요국들에까지 번져 경기 침체가 확산되면 국내 증시 역시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지는 미국계 자금과 조세회피지역 자금에 달려있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위원은 “유럽에 비해 장기 투자를 하는 미국계 자금 이탈이 본격화된다는 것은 장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이라 코스피 하방 압력이 매우 커진다”고 말했다. 아직 매도세가 크지 않은 룩셈부르크 등 조세회피지역 자금도 관심 대상이다. 투기 성향이 강한 이 자금들은 지난해 8월 공매도까지 하며 강한 매도세를 보여 국내 증시 급락을 이끈 바 있다.
○ 유로존 진정되면 박스장세 지속
만약 유로존 위기가 진정 조짐을 보인다면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도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 국내 증시 역시 추가적인 하락 없이 당분간 1,750∼2,000 선 안에서 박스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중순까지 프로그램 매물이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해 갔지만 4일에는 오히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대거 순매수에 나섰다”며 “지난해 8월 역시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매수에 나서며 지수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나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나온다면 하반기 코스피 반등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유럽 등 해외 변수로 증시가 떨어졌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경쟁력은 변함없다”면서 “세계 증시가 회복되면 대체 투자처로 가장 적당한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요동친 5월 외국인 국내 채권 투자액이 순유입으로 전환한 것도 여전히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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