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 바꾸니’ 온라인토론 욕설이 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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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 ‘토론전문 SNS’ 소세지닷넷 대학생 배틀

“대형마트를 이용할 소비자의 권리도 생각해야 한다.”(한양대 팀)

“대형마트 강제 휴무는 대기업의 독과점 구도가 심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성신여대 팀)

“다루기 쉬운 대기업을 규제하는 정책이다. 시장 경제의 원칙을 위반했다.”(한양대 팀)

지난달 16일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10명의 성신여대 학생팀과 5명의 한양대 학생팀은 졸린 눈을 비비며 토론에 열중했다. 주제는 정부에서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시간 규제. 두 팀은 찬반으로 역할을 분담해 게임하듯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은 날카로운 반박 의견을 내놓고 이를 다시 반박하며 맞섰다. 주장은 모두 언론보도, 연구보고서 등 사실에 근거했다. 욕설은 없다.

얼굴을 마주 보며 하는 토론이 아니었다. 국내 벤처기업인 소프트클라우드라는 회사가 주최한 ‘대학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토론 배틀’ 8강전의 하나였다. 학생들은 5∼10명씩 팀을 꾸려 이 회사가 만든 토론 전문 SNS인 ‘소세지’로 대화를 이어갔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SNS 집단 대담’인 셈이다.

동아일보는 대회에 참가한 20개 대학 학생들이 4, 5월 두 달에 걸쳐 △연예인의 정치 참여 △다문화 정책 △대형마트 강제휴무 등 사회 경제적 이슈를 놓고 SNS에서 벌인 토론을 들여다봤다.

소세지는 트위터처럼 140자 분량 제한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의견이 전개되는 것을 살펴보는 누리꾼들의 역할도 커졌다. 특정 의견에 대한 단순 지지 의사도 표현할 수 있지만, 자신의 찬반 의사와 상관없이 무관하게 글 자체의 논리적인 완결성을 점수로 매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주장이라도, 그 내용에 비속어가 섞여 있거나 근거가 불충분하면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소통의 플랫폼을 바꾸니 토론 수준도 이렇게 높아진 것이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와 같은 토론 게시판과 비교해보니, 소세지의 장점이 더 뚜렷해졌다. 다음에는 인신 비방성 공격이 많지만, 이곳에서는 상대를 논리적으로만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회에 참가한 대학생 이모 씨(24·여)는 “다음 아고라에서는 인신 비방성 공격이 겁나 아예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종 우승한 동국대의 주현석 씨는 “정확한 근거만 있다면 누구도 나의 주장이 ‘틀렸다’고 비난할 수 없다. 서로를 인정하는 태도를 배운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아직 한계도 있다. 주최자인 소프트클라우드의 김기태 사장은 “한 명이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어 특정 의견을 중복 지지하는 현상도 나타났고 사회자가 없다보니 간혹 인신 비방 형태의 글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이런 문제들은 토론 문화가 성숙해지면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프트클라우드는 앞으로 전 세계인이 SNS로 토론할 수 있는 형태로 소세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 소세지 ::

국내 벤처기업인 소프트클라우드가 선보인 토론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셜’과 ‘메세지’의 결함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사용자는 특정 주제에게 대한 찬반 의견을 내놓으며 토론을 벌일 수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의견이 같은 공간에 올라오기 때문에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달리 토론의 전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글자 수 제한이 없으며 특정인의 주장에 대한 점수를 매겨 지지 정도를 나타낼 수 있다. 현재 베타 서비스 중이며 9월경 정식 버전이 나올 예정.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온라인토론#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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