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중국의 명문 런민(人民)대를 졸업한 뒤 베이징(北京)의 한 직장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전형적인 ‘바이링(白領·흰 넥타이·화이트칼라를 뜻함)’ 2명을 섭외해 한국 개인 관광비자를 신청해 보도록 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대상이다.
4일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이들은 앉자마자 불평을 쏟아냈다. 최근 미국 비자를 받은 베이징의 대형 증권사 직원인 궈(郭·28·여)모 씨는 미국 비자 수속과 비교할 때 불편하고 이해되지 않는 점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본적지가 베이징이 아니라 구이저우(貴州) 성이어서 베이징에서는 ‘외지인’인 궈 씨는 한국 개인 관광 비자를 받으려면 ‘잠주증(임시 거주지 증명서)’을 떼어야 한다. 궈 씨는 “한국 비자 수속을 밟으려니 외지인은 파출소에서 3개월 전에 발급받은 ‘잠주증’을 받아 제출하라고 했다. 누가 3개월 전에 한국 여행을 가려고 그런 증명서를 미리 받아 두느냐”고 반문했다. 외지인이 해당 도시에 합법적으로 머문다는 것을 증명할 때 떼는 서류가 잠주증이다. 중국에서는 누구나 머무른 곳을 관할 파출소에 신고는 하지만 모두가 잠주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주민센터에 주민등록신고는 하지만 주민등록등본을 떼서 갖고 다니지 않는 것과 같다.
궈 씨는 “미국 비자를 수속할 때는 이런 서류는 필요 없다”면서 “미국 비자 수속은 홈페이지에 자세히 안내돼 있고 영사관과 통화해 여행사 도움 없이도 쉽게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민 가운데 외지인 인구는 약 36%(2011년 기준)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주베이징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베이징에 오래 있었는지 보려고 3개월 전의 잠주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펀드회사에서 일하는 관(關·28·여)모 씨는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검색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 ‘한국비자’를 검색하면 여행사 홈페이지만 표시된다. 한국대사관 홈페이지는 첫 화면이 아니라 두 번째 화면에서야 나타난다.
게다가 이 홈페이지는 다른 나라 대사관에 비해 열리는 속도가 훨씬 느리다. 6일 오후 홈페이지에 접속해 비자발급 시 필요한 서류를 정리한 ‘PDF 파일’을 내려받는데 10분이 지나도 받아지지 않았다.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2∼4KB에 불과하다. 관 씨는 “관련 정보를 금방 파악하기도 어렵고 번잡해 차라리 200∼300위안(약 3만7000∼5만5000원) 더 주고 비자와 관련된 발급 처리를 대행해주는 여행사를 찾는 게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 총영사관 측은 “서버가 한국의 외교통상부 본부에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열려면 느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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