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의 안전지대인 독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5일(현지 시간)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스의 12개 은행에 대해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떨어뜨렸다. 무디스는 독일 2위 대형은행인 코메르츠방크와 데카방크, DZ방크 등 7곳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한 단계, 오스트리아의 3대 은행인 에르스트, 유니크레디트, 라이파이센의 신용등급도 각각 1∼2등급씩 하향 조정했다. 또 크레디아그리콜 등 프랑스 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그리스 은행 2곳의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무디스는 “이들 은행은 재정위기의 충격에 노출돼 있지만 대응 능력은 한정돼 있다”고 신용등급 하향조정 이유를 밝혔다. 독일의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에 대해서도 “추후 신용등급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디스가 독일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에 나선 것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커지면서 스페인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이 은행들로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여부는 7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은 이날 20억 유로(약 2조9000억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국채 발행에 실패하면 전면적인 구제금융과 국가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될 위험이 커지면서 한국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모니터링을 강화한 정부는 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유럽 재정위기 상황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날 19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기획재정부와 당정회동을 갖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보고를 받기로 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과 신제윤 재정부 제1차관이 참석하는 이날 회동에서는 경제위기 상황과 함께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놨던 세법개정 등 경제정책 전반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정 모두 물밑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카드를 조심스럽게 만지고 있어 이날 회동에서 추경 논의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 의원은 “유럽 사태에 대해 보고를 받을 예정이지만 (추경 등) 재정 분야에 대해서도 논의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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