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걸그룹은 ‘소녀시대’와 ‘카라’였다가 지금은 ‘시스타’입니다.”
중년의 일본 남성이 서툰 한국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 계보를 이야기하자 강의실을 메운 여대생 200여 명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한국 걸그룹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들이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열풍을 주도하는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청중의 눈을 집중시킨 강의의 주인공은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5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성신관에서는 나카바야시 사장의 채용 특강이 열렸다. 2010년 한국에 온 그가 자동차 관련 행사가 아닌 곳에서 강연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그는 1시간여 동안 ‘하이브리드 인재’를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도요타는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엔진’의 선두 주자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한국과 일본은 닮은 듯 다른 문화가 많은데, 한국토요타는 두 나라의 장점을 모은 ‘하이브리드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며 “여러분도 스피디하고 책임감 있는 결단력, 신속하고 치밀한 준비작업 등을 갖춘 ‘하이브리드 인재’가 되어 달라”고 말했다. 또 하이브리드 인재의 조건으로 어학 능력, 꿈, 자신감을 꼽은 그는 “이 세 가지 항목을 갖춘다면 세계를 이끌어갈 성신여대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에서 달변으로 유명한 그는 틈틈이 유머를 섞어가며 강의를 이끌어갔다. 이 때문인지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단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일어일문과 노예진 씨(23)는 “자동차 회사는 여성들에게는 좀 낯선 영역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강의를 듣고 나니 자동차와 한국토요타에 대한 이미지가 한결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이 3년 만에 외부 강연에 나선 것은 한국토요타의 실적이 올해 들어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토요타는 “리콜 사태,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지난해까지 경황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올해부터는 일정만 맞는다면 나카바야시 사장의 경험과 도요타의 기업 철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까지 8.75%(렉서스 포함)에 그쳤던 한국토요타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올해 12.20%까지 늘어났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미국에서 생산된 물량이 들어오면서 차량 공급과 판매가 한결 나아졌다”며 “다양한 프로모션과 검증된 신차로 한국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