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조합 장제산업 네트워크화 “20% 저렴”
기존 업체 “우린 초토화”… 정부 시기조절 시사
농협이 전국에 직영 장례서비스센터를 구축해 상조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7일 농협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농협은 올해 3월 1중앙회 2지주회사(농협중앙회·금융지주·경제지주)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신규사업 가운데 하나로 상조업 진출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기존 상조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농촌지역 복지 증진에 필요”
농협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농업인에 대한 무한책임’이라는 협동조합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상조업에 진출하기로 했다”며 “농협의 전국 단위 인프라와 기존 장제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질 좋은 장례서비스를 값싸게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는 상조업 자회사를 설립한 뒤 단위조합이 개별적으로 해오던 장제사업을 네트워크화하고 단위조합 소유 장례식장 24곳을 지역 거점 상조서비스센터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광역시에도 직영서비스센터 7곳을 신설할 방침이다. 신설 상조회사는 단위조합과 협력해 사업하면서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장례용품도 일괄 구매할 계획이다. 사후에 서비스 대금을 받는 기존 단위조합의 장제서비스와 달리 장례 전에 다달이 대금을 받고, 장기적으로는 농협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영업한다.
김우현 농협 상조회사설립추진단장은 “기존 상조업체들의 불법행위와 과당경쟁으로 농촌에서는 상조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쌓여 간다”며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농협이 건전한 상조 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타 상조회사보다 20% 싸게 제공”
농협의 상조업 진출 구상은 1992년부터 단위조합이 해오던 장제서비스 실적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도 촉매제가 됐다.
조합원 생활지원사업으로 인기가 있던 장제서비스는 1167개의 단위조합 중 175곳이 참여하고 이 중 24곳은 장례식장을 갖출 정도로 활성화됐으나 3, 4년 전부터 상조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장례용품 취급 실적은 2007년 103억3300만 원에서 2011년 76억4500만 원으로 5년 만에 26% 감소했다.
농협은 농협중앙회 자회사가 단위조합별 장례서비스를 네트워크화하면 장례용품 구매 단가를 낮출 수 있어 기존 상조업체보다 20% 싸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상조업계 줄초상” 반발
농협의 상조업 진출에 대해 주무 관청인 농식품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농협 개혁과 맞물리면서 시기적으로 문제가 될 여지는 있다.
농협의 상조업 진출 소식에 기존 상조업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태용 한국상조연합회 사무총장은 “농협은 전국 곳곳에 지점이 있기 때문에 상조 상품 판매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농협이 상조업에 뛰어들면 기존 상조업계는 한두 곳을 제외하고 초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조업체들은 회원 모집에 많은 비용과 인력을 써야 하는데 농협은 각 지역 농협은행 지점 창구에서 선전하고 팔기만 하면 되니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재 전국 303개 상조업체 가운데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은 현대종합상조, 보람상조, 한라상조, 재향군인회 상조회, 더케이라이프 등 5개사에 그치며, 나머지는 영세한 규모다. 정 사무총장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취지에서라도 농협의 상조업 진출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농협이 상조업 진출을 선언하기 전에 먼저 경제사업부터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상길 농식품부 1차관은 “상조서비스는 좀 이른 감이 있다”며 “관련 업계의 반발도 고려해 (사업 승인이) 늦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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