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오후 4시. 중국 노동절(5월 1일) 연휴를 맞아 한국에 놀러온 류자(劉佳·34·여) 씨는 서울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빈폴키즈 매장에서 신발과 가방, 티셔츠를 늘어놓은 뒤 제품 설명서를 일일이 확인했다. 그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고 있다”며 제품들을 내려놓았다. 빈폴은 우리 브랜드지만 한국 외에 중국에도 공장이 있다. 그는 기자에게 “한국에서 인기 있는 디자인이 뭐냐”며 “유명한 한국 브랜드를 추천해 달라”고 말했다.
기자는 지난달 1일 오후 2∼7시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에서 직원 체험을 하며 중국 쇼핑객들을 관찰했다. 또 4월 30일 롯데백화점 중국인 VIP들을 3시간 동안 동행취재하며 그들의 쇼핑 패턴을 분석했다.
한국 브랜드의 인기에는 한류의 영향이 컸다. 롯데백화점 여성의류 모조에스핀 매장에서 168만9000원어치의 옷을 산 인자린(殷家琳·33·여) 씨는 “중국에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의 여배우들이 입는 옷과 화장품을 사러 왔다”며 “요즘엔 ‘시티헌터’(이민호 주연 SBS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로 관광 온 그는 “쇼핑만 4시간 했지만 시간이 모자랐다”며 버스로 돌아가는 내내 아쉬워했다.
부인에게 선물로 줄 한국 제품을 꼼꼼히 적어온 남성도 눈에 띄었다. 롯데면세점의 화장품 라네즈 매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남성의 쇼핑 목록엔 라네즈 ‘슬리핑팩’과 더 페이스샵 ‘마스크팩’, 참존 ‘뉴콘트롤크림’이 적혀 있었다. 그는 “중국에선 고급 브랜드”라며 “한국에서 사면 30∼50%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불편해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제품도 있었다. 면세점 정관장 매장에서 만난 왕젠쥔(王建軍·32) 씨는 뿌리삼과 홍삼캡슐을 약 55만 원어치 사갔다. 기자가 “한국에선 바로 개봉해 먹을 수 있는 홍삼 진액이 인기인데 왜 뿌리삼을 사 가느냐”고 묻자 그는 “중국인들은 평소에 북미산 인삼인 ‘화기삼’을 끓인 뒤 그 물을 마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을 공략하기 위해선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게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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