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가지고 놀다가 먹다가… 떡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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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어린이 교구용 ‘쪼물떡쪼물떡’ 생산… 김덕창 떡그루 대표

경기 구리시 인창동 떡그루 사무실에서 김덕창 대표(가운데)와 한국라이스클레이협회 회원들이 ‘쪼물떡쪼물떡’으로 과일과 로보카 폴리 등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경기 구리시 인창동 떡그루 사무실에서 김덕창 대표(가운데)와 한국라이스클레이협회 회원들이 ‘쪼물떡쪼물떡’으로 과일과 로보카 폴리 등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먹을거리에다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첨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어린이 교구용으로 활용할 수도, 먹을 수도 있게 만든 음식이 나왔다. 떡을 찰흙처럼 갖고 놀게 만들어놓은 ‘쪼물떡쪼물떡’이 주인공이다.

흰색,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등 4가지 색상의 쪼물떡쪼물떡을 색깔별로 조금씩 떼어 늘리고 누르고 손으로 비비고 서로 갖다 붙이면 ‘뽀로로’ ‘로보카 폴리’ 등 갖가지 사물을 만들 수 있다. 유해한 물질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본래 용도대로 먹을 수도 있다.

○ ‘저온 떡메치기’로 만든 참살이 떡


백설기 같은 멥쌀 떡은 하루만 지나면 딱딱해진다. 냉장고에 넣어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떡의 유통기한은 보통 하루에 불과하다. 떡을 주물러 모양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쪼물떡쪼물떡은 냉동 상태에서 전자레인지나 찜기에 데운 뒤 보관 팩에 넣으면 48시간까지 말랑말랑함이 유지된다. 실제로 오후 4시경 쪼물떡쪼물떡을 따뜻하게 데운 뒤 5시간이 지난 9시쯤 보관 팩에서 꺼내 보니 방금 해동한 것처럼 말랑말랑했다. 쭉쭉 늘어나고 서로 잘 달라붙어 각종 공작물을 만드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쪼물떡쪼물떡의 산파(産婆)는 2007년부터 경기 구리시 인창동에서 떡 가게를 한 김덕창 떡그루 대표(33). 농촌진흥청의 ‘굳지 않는 떡’ 기술을 접한 것을 계기로 어린이 교구로도 쓸 수 있는 떡을 떠올렸다. 그는 떡 케이크 위에 올리는 떡 장식을 즐겨 만들었다. 하지만 떡으로 장식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금방 굳어지기 때문에 5분에 한 번씩 계속 데워줘야 했기 때문이다. 갓 데우면 손에 달라붙어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도 않았다.

그러던 김 대표는 떡이 딱딱해지지 않게 만드는 기술을 농진청이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첨가제를 쓴 것이 아니라 ‘저온 떡메치기’라는 기법을 활용해 만든 ‘참살이(웰빙) 떡’이라고 했다. 무릎을 쳤다. ‘떡이 굳지 않는다면 떡 장식을 만드는 데도 유용하지 않을까.’ 그는 지난해 농진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뒤 떡 표면이 찐득하게 묻어나지 않게 하는 자신만의 기술을 접목해 올해 2월 국내 최초 떡 찰흙을 완성했다.

○ “쌀 소비 걱정도 덜 수 있어요”

김 대표는 떡 찰흙을 ‘라이스클레이(rice clay)’로 이름 짓고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한국라이스클레이협회도 만들었다. 4월 20일 출범한 라이스클레이협회는 유아원,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라이스클레이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할 제품은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올해 추석 전에 ‘송편 만들기 세트’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색상별 쪼물떡쪼물떡 4종(각각 200g)과 앙금 4종(사과·블루베리·딸기·팥 앙금), 공예도구 세트를 포함해 소비자가격을 2만8000∼3만 원으로 정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 ‘떡 공예’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꿈이다. 서양에는 슈가크래프트(설탕공예), 중국에는 면수공예(밀가루공예), 일본에는 장식성을 강조한 화과자가 있는데 한국에만 이렇다 할 식재료 공예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떡 공예를 발전시키면 쌀 소비도 늘고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공예도 만들어내 일석이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의 굳지 않는 떡 기술을 전수받은 사람은 김 대표만이 아니다. 농진청은 지난해 말까지 전국 151개 떡집과 일반 사업자에 이 기술을 넘겨줬다. 한귀정 농진청 과장은 “떡그루와 같은 업체들이 떡을 응용한 여러 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떡이 보여 줄 다양한 변신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농진청은 굳지 않는 떡 기술을 활용해 애완견 간식용 껌 개발에 나선 업체도 있다고 전했다. 애완견의 치석제거용 껌에 떡을 응용해보자는 것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치석제거용 껌은 너무 단단하면 애완견의 잇몸이 상할 수 있고 너무 말랑말랑하면 치석제거 효과가 없다”며 “굳지 않는 떡을 적당한 굳기로 만드는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쪼물떡쪼물떡#떡그루#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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