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 가문, 철강왕 카네기 등 대대손손 명문 부자 가문으로 칭송받는 집안의 공통점은 ‘패밀리 오피스’라고 불리는 전담 회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패밀리 오피스는 말 그대로 한 가족의 자산관리를 비롯해 가업승계 후계양성 등을 해주는 회사다. 1930년대 록펠러 가문이 최초로 전담회사를 만든 이후 해외에서는 많이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올해 초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증권 등이 잇따라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가문 관리 시대에 돌입했다.
○ 미래-자산관리에 기업컨설팅까지
미래에셋증권은 2월부터 가족 금융자산 50억 원이 넘는 기업가를 대상으로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도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패밀리 오피스는 그 영역을 확장해 가족과 기업까지 챙기는 종합관리시스템이다. 개인비서(컨시어지) 서비스까지 해주기 때문에 ‘집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가문 자산을 은밀하고 사적으로 관리하던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전문가를 통한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객이 운영하는 기업의 경영상황이나 가업승계에 대한 컨설팅이 일반 PB와 큰 차이점이다. 증권사 업무 중 하나인 기업의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경영전략, 기업복지에 대한 상담도 제공한다. 이 외에도 미래에셋증권 내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법률, 세무, 부동산 등에 대해서도 지원한다. 최근에는 상속에 대해 고민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상속 관련 업무 대행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 삼성-존경 받는 가문 만든다
국내에서 처음 패밀리 오피스 사업을 시작한 회사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1월 서울 강남구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삼성패밀리오피스’ 지점을 열고 초우량고객(VVIP) 대상 영업을 시작했다. 서울 강남지점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강북, 2014년에는 부산 등 전국적으로 지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생명은 개인 또는 법인 고객의 자산 관리를 넘어 대를 이어 존경받는 가문을 만들어 주는 게 패밀리 오피스 사업의 중요한 목표다. 따라서 2세 경영인 양성 같은 지속가능성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주니어 최고경영자(CEO) 과정’이나 삼성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리더 과정’ 등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회공헌과 같은 자선사업을 위한 컨설팅도 함께 해주고 있다. 최경락 삼성생명 자산관리서비스부장은 “국내에는 카네기 집안 같은 명문 가문이 별로 없는 실정”이라며 “대를 이어 성공하는 가문을 만들기 위해 자산, 2세 양성, 사회적 명성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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