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부동산시장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투자자들에게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졌던 여러 투자원칙들이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부동산 불패’의 상징이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고, 수도권 매매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보인 반면 지방 분양시장은 지난해의 분양열기를 꾸준히 이어갔다. 작년 한 해 동안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대란의 우려를 자아냈던 전세시장은 안정적으로 변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시장 환경이 급변한 데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한 게 원인이다. ○ 수도권 죽 쑤고 지방은 선전
올해 상반기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역(逆)양극화다. 종전에는 수도권이 과열되고 지방은 침체되는 양상이었다면 올해는 수도권이 침체된 반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이 호조를 보인 것. 그 중심에 수도권의 가격 하락이 있었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들의 가격 하락폭이 컸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올 상반기에 2.85% 하락했고,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m²당 1000만 원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부산, 대전 등 지방 도시들도 2분기 들어 가격이 조정되기 시작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울산, 대구 등 광역도시들이 올 상반기까지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졌다. 특히 울산은 1.59%가 오르면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도시가 됐다.
○ 전세시장 짝수 해 효과 사라졌다
전세금이 짝수 해에 크게 오른다는 일명 ‘짝수 해 효과’도 올해 상반기엔 통하지 않았다. 짝수 해 효과는 199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2년마다 임대 재계약이 이뤄질 때 전세금이 큰 폭 오르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가 모두 짝수 해에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짝수 해인 올해의 경우 전세금은 안정적이다. 전국적으로 0.37% 올랐을 뿐이고, 서울(―0.47%) 1기 신도시(―0.22%) 등은 오히려 떨어졌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으로 1분기 전세시장은 학군 수요에다 신혼부부 수요, 봄 이사 수요로 전세금이 들썩였는데 올해는 조용했다”며 “급등한 전세금 부담으로 지역별로 조정이 나타났고, 재계약 사례도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철 지난 유행가 된 투자원칙
매매가에서 전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전세가율)이 60%에 육박하면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활기를 띤다는 ‘전세가율 60% 법칙’이 최근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1분기부터 50%를 넘은 뒤 최근 60%를 넘는 곳이 속출하고 잇다. 하지만 매매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최근 3년간 서울시내 대형,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줄면서 ‘대형 아파트=비싼 아파트’라는 공식도 흔들리고 있다. 2010년 말 기준 전용면적 85m² 이상 대형 아파트와 60m² 미만 소형 아파트의 거래가격 격차는 m²당 200만 원대였지만 올해 3월에는 180만 원대로 줄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소형이 대형보다 비싼 곳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