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ream/주목 이사람]이지송 LH 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사회안전망 최전선 주거복지, 임대주택비율 10% 높여야
“결혼하는 가정이 임대주택에서 산다면 진정한 서민복지 이루는 것”


“주거복지는 사회안전망의 최전선입니다. 임대주택 비율을 10%까지는 높여야 합니다.”

임기를 두 달여 남긴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72·사진)은 최근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국토해양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마지막까지 하고 싶은 일로 “임대주택의 질을 높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는 “현재 임대주택비율 4.5%를 10%까지 높이면 약 100만 가구가 혜택을 보는데 결혼하는 가정이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다면 진정한 서민복지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거에 대한 애착이 큰데 이를 걱정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업계 불황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그는 “개발시대 호황기부터 건설업계에 몸담아 이제 50년이 됐는데 요즘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시장 정상화를 위한 국토해양부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집값이 이렇게 떨어졌는데 분양가 상한제 법이 있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책적으로는 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09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영전이 아니었다. 그가 물려받은 것은 109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에 하루 이자만 100억 원에 달하는 ‘부채공룡’이었다.

하지만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걱정하던 목소리는 막상 그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규 사업을 전면 구조조정 하겠다고 나서자 불만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 ‘우리 지역만은 해 달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국회 목욕탕까지 일일이 방문해 의원들의 협조를 부탁했고 본사에서 농성 중인 지역주민들과 천막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며 “나를 대상으로 화형식을 68번이나 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5번 정도 하고도 남을 110조 원 규모의 사업을 정리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누구도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지난해 선순환 구조로 재무상태를 돌려놓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LH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이 사장은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42.195km 중 절반 정도 왔다. 7분 능선에 와 있다”며 “나머지는 화학적 화합과 재무구조 개선으로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빚쟁이라는 오명도 차츰 사라져갈 정도로 상황이 호전돼 앞으로는 집을 많이 짓겠다”며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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