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찾은 매장의 모습은 여느 커피전문점과 다를 바 없었다. 매장 안에는 커피향이 가득했고 막 점심식사를 마치고 온 30, 40대 직장인들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매장 안에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 ‘그랜저’ 등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 커피전문점처럼 보이는 이곳은 현대차 여의도지점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부터 여의도지점 안에 커피전문점을 입점시켜 ‘숍인숍(Shop in Shop·매장 속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장 외부에도 현대차와 커피빈 간판을 나란히 달아 놨다.
현대차가 처음으로 이런 형태의 지점을 운영한 것은 커피를 많이 마시는 여의도 직장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매장 전시 차량은 누구나 만져보고 직접 운전석에 앉아볼 수 있다. 매장 한편에는 차량 구매 상담실이 마련되어 있지만 영업사원들은 손님들이 먼저 문의할 때까지 절대로 다가가지 않는다. 임영철 현대차 여의도지점장은 “굳이 차를 살 의향이 없더라도 손님들이 부담 없이 둘러보고 갈 수 있게끔 한 것”이라며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이 차문을 열어봐 실내등이 자주 켜지기 때문에 전시차량용 배터리도 빨리 닳는다”며 “배터리를 일반 대리점에 비해 세 배로 갖춰놨다”고 했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는 점을 감안해 중장년층이 타깃인 ‘에쿠스’ ‘제네시스’ 같은 대형차 대신 ‘i30’ 등을 전시해 놨다.
이 같은 변화에 고객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시된 벨로스터의 사진을 찍고 있던 회사원 이서우 씨(25·여)는 “처음에는 커피전문점인 줄 알고 들어왔다가 자동차 매장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호의적인 반응은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숍인숍 형태로 리모델링하기 전까지 이 지점은 월평균 70∼75대를 팔았으나 리모델링이 끝난 지난해 10월 이후부터는 월판매량이 80∼85대로 늘었다. 특히 구매자 가운데 30,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로 전국 현대차 대리점 평균(53.4%)보다 월등히 높다. 윤신 현대차 여의도지점 영업부장은 “딱딱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젊은층에게 커피전문점과 자동차 대리점이 함께 있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어필했다”며 “커피전문점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 덕에 구매상담도 부드럽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숍인숍 형태의 지점은 앞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르노삼성자동차도 4일 수원사업소를 대리점 내에 엔젤리너스 커피를 입점시킨 숍인숍으로 개편했다. 르노삼성차는 앞으로 서울 대전 등에도 숍인숍 매장을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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