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젊은이들 로망 도요타 86, 직접 타보니 제네시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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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8일 10시 34분


“제네시스 쿠페는 도요타 86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

8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만난 ‘도요타 86’의 책임수석개발자 타다 테츠야(Tetsuya Tada)는 “서로 성격이 전혀 다른 차”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네시스 쿠페는 직진 가속성이 우수한 차량이며 그동안 수많은 스포츠카들이 이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개발 돼왔다. 하지만 도요타 86은 운전자가 중심이 돼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토요타 86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수입차 브랜드에서 보여줬던 스포츠카들은 고성능 퍼포먼스와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한 고가의 차량이란 콘셉트를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도요타의 신차는 대중적인 스포츠카를 표방한 마케팅 전략과 스바루자동차와 기술협약을 통해 만들어진 순수 혈통의 FR(프런트 엔진, 리어 드라이브)차량이란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요타 86의 운동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15일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을 찾았다.

외관은 일반적 스포츠카의 형태로 앞쪽이 길고 뒤쪽은 짧은 형태를 하고 있으며 460mm까지 낮춘 저중심 설계로 스포티한 인상을 풍겼다. F1 기술에서 착안했다는 디자인은 차량 주위의 공기흐름을 상하좌우에서 감싸 공기저항 계수를 줄이고 다운 포스를 향상시킨다.

실내는 단순해 운전에 꼭 필요한 기본요소를 중점으로 배치했다. 대시보드는 정확히 좌우대칭을 이루는 구조로 상단 중앙에 차량 중심을 표시해 차체 자세 변화를 즉시 판단 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빛 반사가 낮은 재질을 사용해 운전의 집중도를 높였다. 스포츠 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깊이 감싸 안아 원심력이나 급가속에 의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아준다.

최소지름 365mm의 스티어링 휠은 손잡이 부분에 강성을 높이고 엄지손가락을 안정적으로 둘 수 있어 그립감이 우수했다. 계기판은 3단 구성으로 중앙에 속도계를 중심으로 좌측 타코미터, 우측 냉각수 온도계, 주유정보계가 위치했다. 글자와 눈금의 시인성이 높다.
배기음은 묵직하진 않지만 날카롭고 앙칼진 느낌이다. 파워트레인은 도요타의 가솔린 직분사 시스템인 D-4S와 스바루자동차의 수평대항 2.0리터 박서엔진이 탑재됐다. 자연흡기 방식의 엔진은 최고출력 203마력, 최대토크 20.9kg.m를 발휘한다.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고, 공인연비는 리터당 11.6km.

변속기 레버 하단에는 도로의 주행여건에 따라 스노우, 스포츠 모드의 선택이 가능한 버튼과 함께 VSC SPORT 버튼이 눈길을 끈다. 이는 차량의 차체자세제어를 늦춰 운전자가 원하는 드리프트의 영역을 확장해 주는 기능으로 도요타 86의 특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서킷은 스포츠 모드를 이용해 총 4바퀴 주행했다. 처음은 차량의 특성과 코스를 파악하고 이후 2바퀴는 좀 더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테스트 해 볼 수 있었다. 초반 가속성능은 제원에서 보여줬던 수치 이상으로 180km/h까지 빠르게 도달했다. 고속에서 느껴지는 엔진과 배기음도 풍부했다. 무엇보다 스포츠카의 특성을 변속감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다. 수동모드로 주행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변속감은 마치 수동모드로 주행하는 것과 같거나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변속하듯 기어단수의 변화가 주행감각에서 그대로 전달됐다.
고속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순식간에 높아지며 기어 단수는 내려가고 속도는 일정하게 줄어들었다. 이전의 어떤 스포츠카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이 같은 시스템은 마치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며 역동적으로 주행을 하는 느낌을 줬다.

낮은 무게중심과 핸들링 성능의 테스트를 위해 시속 90km로 급회전 구간에 진입했다. 도요타의 설명대로 묵직한 핸들링은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신속하게 움직였다. 회전구간에서 급하게 핸들을 조작할 경우 차체의 뒤가 자연스럽게 흐르듯 움직이는 운동성능은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특성이다.

도요타 86의 가장 큰 특징은 차체자세제어장치 개입을 최대한 늦췄다는 점이다. 차가 균형을 잃게 될 경우 즉각 차체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는 대부분의 차량들과 달리, 주행의 즐거움을 위해 노면이 불규칙하거나 차체가 완전한 균형을 잃기 직전까지 어떤 전자장치의 개입 없이 운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테스트 주행에 참가했던 일부 기자들이 회전구간에서 균형을 잃고 서킷에서 360도로 회전하는 아찔한 경우도 있었다.
스포츠카를 비롯한 많은 차량들이 첨단 전자시스템으로 운전자의 주행에 개입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 시대, 도요타 86은 거꾸로 운전자의 판단에 주행을 맡기는 스포츠카를 지향했다.

판매가격은 보급형 3890만원, 고급형 4690만원이다.

영암=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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