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2배 수익률 나면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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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5~6년 한 펀드 운영… 장수펀드매니저 3人이 말하는 ‘위기때 투자 지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 펀드업계에서 대표적인 ‘장수’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펀드매니저 3명을 만났다. 2∼3년에서 짧게는 1년 만에 펀드매니저가 바뀌는 일이 흔한 상황에서 5∼6년간 한 펀드를 지키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의 파고를 넘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이들은 우리 증시를 포함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해외 변수로 바람 잘 날 없는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투자 지침’을 들어봤다.

○ ‘위기 피할 수 없다면 활용해야’

증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출렁이지만 14일 만난 이들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 삼성그룹주펀드의 백재열 부장은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며 “이때야말로 제대로 위기에 대처하며 역량을 키우는 기업을 찾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 애플, 현대자동차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입지를 강화한 기업으로, 노키아를 뒤처진 기업으로 꼽았다.

장수 펀드매니저들은 경쟁력이 높아지는 기업을 발굴하기 쉽지 않은 개인투자자는 좋은 펀드를 골라 투자하되 ‘시간의 힘’에 기대 리스크를 분산하라고 조언했다. 백 부장은 “전설의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13년 이상 같은 펀드를 운용해 2703%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거뒀지만 펀드 투자자들은 절반 이상 손해봤다”며 “이는 투자했다가 불안해서 중간에 빠지면서 손해를 본 것으로, ‘장기 투자’야 말로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거액을 맡겨두기보다 소액을 ‘적금식’으로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네비게이터 펀드’를 맡고 있는 박현준 부장은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시장이 과열됐을 때 욕심을 지나치게 부리고, 과매도 시기에는 ‘주식 안 한다’며 화를 내는 등 극단적으로 처신한다”며 “적금이라고 생각하고 소액이라도 장기적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힘’ 펀드를 운용하는 이용범 부장도 장기·적립식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장은 시장이 안 좋을 때 하루라도 빨리 펀드, 주식을 환매해야 하는 것 아닌지를 고민하는 개인들에게 “사실 남들이 걱정할 때 주식을 하는 것은 용기가 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주식을 할 때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만용”이라고 했다.

○ 개인투자자들에게 쓴소리도

이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좀 벌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으면서 평소 안타깝게 여겼던 개인들의 투자 행태를 거침없이 지적했다. 이 부장은 ‘그칠 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다’는 지지불태(知止不殆)라는 사자성어와 함께 “적립식 펀드를 해서 3년 수익률이 3년 정기예금의 2배 정도 나면 바로 해지를 하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며 “개인들이 욕심을 버리는 연습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부장은 과거 수익률에만 얽매이는 투자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 그는 “‘반짝’ 하는 펀드들이나 종목들이 있지만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실 과거 수익률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백미러’를 보고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박 부장 역시 “주식투자는 위험하고 변동성이 클 때 수익을 얻기도 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접근하면 무조건 낭패”라며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들이 믿을 수 있는 운용사와 펀드매니저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투자지침#정기예금#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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