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에서의 경험이 남들보다 빠른 취업과 결혼으로 이어졌습니다.”(송인범 계장·28)
“‘젊은 사람이 장하다’고 격려하는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힘이 납니다.”(김형수 대리·32)
2004년 2월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된 평화재건사단인 자이툰(아랍어로 올리브나무라는 뜻)부대 장교 출신으로 IBK기업은행에서 일하는 젊은 행원 두 사람의 말이다. 이들은 자이툰부대에서 복무한 인연으로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18일은 자이툰부대의 파병지가 최종 확정된 지 8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청역지점에서 근무하는 김 대리는 2006년 8월부터 2007년 3월까지, 본점 홍보부에서 일하는 송 계장은 2007년 3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자이툰부대 외신장교로 활동했다. 2007년 3월 김 대리의 후임자로 부임한 사람이 송 계장이다.
당시 2주간 업무 인수인계를 하며 외국 파견근무의 어려움을 공유했던 두 사람은 2008년 8월 기업은행의 신입행원 환영행사에서 2년차 행원과 신입 행원으로 마주쳤다. 김 대리는 이라크에서처럼 송 계장에게 업무요령, 사내 인간관계 등을 상세하게 조언했고 이는 스물넷의 다소 이른 나이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송 계장에게 큰 힘이 됐다.
두 사람은 “이라크에 가기 전에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컸지만 자이툰부대 경험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입을 모았다. 또래 친구들이 취업 문제로 고민할 때 두 사람은 기업은행을 포함해 응시한 5, 6곳의 회사에 모두 합격했다. 김 대리는 “어느 회사를 가도 면접관이 ‘어떻게 이라크에 갈 생각을 다 했느냐. 그 도전정신이 마음에 든다’고 말해 면접장에서부터 합격을 예감했다”고 귀띔했다.
김 대리는 이라크 근무가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년 전까지 경기 용인지점에서 근무하던 그는 방문할 때마다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만 할 뿐 거래를 터주지 않는 한 중소기업 사장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 날 이 고객이 꺼낸 도장에 장교 군번이 찍힌 것을 본 김 대리는 대뜸 “저도 장교 출신입니다. 후배 한 번 도와주십시오”라고 매달렸다. 이 고객은 “힘든 곳에서 고생한 후배를 몰라봐서 미안하다”며 태도가 달라져 그 자리에서 거래가 성사됐다.
송 계장은 27세인 지난해 결혼해 올 5월 아들을 봤다. 그는 “이라크에서 6개월간 지내며 2000만 원 정도를 모았고 취직도 빨리 한 덕분에 남들보다 앞서 안정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송 계장은 사내에서 이슬람권 고객 전담행원으로도 유명하다. 이라크 경험에다 입행 직후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사는 경기 동(東)시화지점에서 3년간 근무한 경력까지 갖춘 덕분이었다. 송 계장이 득남한 시기와 비슷한 때 김 대리도 딸을 얻었다. 김 대리는 “송 계장에게 ‘우리 나중에 사돈이나 맺을까’라는 말을 종종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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