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 앞마당이 남대문시장이라는 점은 대단한 특혜입니다. 창립 이래로 남대문 상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으니, 우리의 스승이자 친구가 아니겠습니까?”
15일 이순우 우리은행장(62)과 30여 임직원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전통시장 가는 날’ 행사를 열었다. 서울의 대표 장터인 남대문시장을 시민들에게 홍보하면서 시장물건 소비행사를 벌인 것.
이날 행사의 백미는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퇴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남대문시장으로 걸어가면서 자체 제작한 ‘남대문시장 안내책자’를 배포한 이벤트였다.
남대문시장 관광지도와 함께 쇼핑 정보를 한글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언어로 담은 이 소책자는 이날 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꼼꼼한 사전취재를 바탕으로 만든 안내책자는 관광명소로 부각된 남대문시장을 위해 우리은행이 특별히 제작한 선물이다. 이날만 2000부를 외국인들에게 배포한 우리은행 측은 앞으로 남대문시장 안내소를 비롯한 요소요소에 비치할 계획이다.
197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 입행 이후 남대문시장 부근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한 이 행장은 가는 곳마다 상인들의 환대를 받았다. 이 행장은 전통시장 전용 ‘온누리상품권’으로 차양모를 구입해 상인과 행인들에게 나눠주며 “모두가 합심해 전통시장을 살려보자”고 소리쳤다. 이날 행사에는 4월 입행한 우리은행 신입 고졸행원들도 참가해 봉사활동에 나서 의미를 더했다.
이 행장은 “남대문시장 구석구석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함께 서민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면서 “이 때문에 현장을 중시하는 우리은행 뱅커라면 놓칠 수 없는 고객의 보고(寶庫)이자 친근한 이웃으로 언제나 이웃사촌의 입장에서 상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브랜드 역사는 간단치 않다. 오랜 역사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1999년 한빛은행으로, 2002년 우리은행으로 다시 개명한 것. 하지만 1899년 대한천일은행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은행 출범 이후 줄곧 남대문시장과 지근거리에서 상부상조해왔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지켜보고 격려해온 든든한 동반자인 셈이다.
“113년 전 국내 상공인들의 노력으로 설립된 우리은행은 민족자본을 대표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이 전통시장 회복에 나서야 하는 충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남대문시장과 정식으로 자매결연을 하고 본격적인 전통시장 부활에 팔을 걷어붙였다. 은행부서별로 남대문시장 물품을 우선 고려해 구매하는 것은 물론 부서회식도 남대문시장에서 해결할 정도다. 나아가 우리은행을 포함한 2만6000명에 이르는 우리금융그룹 임직원들 역시 적극적으로 ‘전통시장 가는 날’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서민금융지원’을 기치로 내걸고 전통시장 부활의 일등 공신인 온누리상품권의 판매와 수납에도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다. 2010년에는 60억 원어치를 판매했고 2011년에는 76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00억 원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또한 자체적인 온누리상품권 소비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매년 5억 원 이상의 상품권을 직원 복지에 활용했으며 올해는 1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도 우리미소금융재단을 통해 사회적 약자 및 금융소외계층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우리은행 사회공헌활동의 혜택은 상당수가 시장 상인들에게 돌아간다. 2010년부터는 임직원들로 구성된 ‘우리미소나누미 봉사단’을 통해 미소금융 수혜자의 자립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이 행장은 김시길 ㈜남대문시장 대표(75)와 만난 자리에서 “현장에서 만난 상인과 고객에게서 은행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평소 이 행장은 ‘경영의 현장에 해답이 있다’는 ‘현장경영론’을 강조해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이 제공한 ‘남대문시장 안내책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민족자본과 민족시장을 대표하는 양 기업이 상생의 문화와 전통시장 혁신의 선두에 서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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