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물이 2005년 건설계획 당시에는 선양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될 예정이었는데 지금은 100위권 정도입니다. 그 전에는 만주벌판처럼 황량했는데 저 앞에 보이는 빌딩들이 다 최근 2, 3년 새 올라왔어요.”
15일 중국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시 중심부 SK커윈잔(客運站·버스터미널) 빌딩 25층 옥상. 화려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카메라에 담던 일행 55명은 SK네트웍스 중국투자유한공사 김동근 경영지원팀장의 말에 입을 딱 벌렸다. “분양은 잘되느냐” “공급 과잉은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일행은 SK그룹 각 계열사 협력업체의 중간간부들로, SK가 운영하는 ‘동반성장 매니지먼트·디벨로프먼트 프로그램(MDP)’의 12기 수강생이다. ‘동반성장 아카데미’를 만들어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와 간부, 실무 담당자에게 각종 경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SK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8주짜리 중간간부 교육과정에 2박 3일 중국 연수 일정을 포함했다.
‘협력업체 부장·차장급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주자’는 아이디어는 최태원 그룹 회장이 지난해 협력업체 CEO들과 간담회를 하던 중 제안했다. 여행 경비와 숙식비는 물론이고 주말을 이용해 진행한 압록강 관광비용도 전부 SK그룹이 냈다. SK아카데미 관계자는 “SK가 중국시장을 개척하며 얻은 노하우를 협력업체에 전수하고 동반 진출을 북돋기 위해 현장체험 코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연수 내용이 무작정 중국 진출을 독려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전략’ 세미나에서 석정대 KOTRA 선양무역관장은 “임금이 급상승하고 있고 농촌 출신 직원들은 명절이 지나면 25%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현지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SK에너지 인천공장의 기계설비 유지보수업체인 메인테크플랜트의 김정순 상무(54·여)는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SK그룹이 중국사업 초기에 어떤 경로로, 누굴 만나 중국에 들어왔는지 등의 내용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진 저녁식사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처음엔 프로그램 마지막 주에 자신의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발표하는 ‘숙제’가 부담스러웠는지 서로 “(발표 준비를) 하고 계세요?”라며 탐색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술자리가 무르익자 ‘SK는 우리가 먹여 살린다’는 호기 있는 건배사가 나오는 등 흥겨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검색엔진 개발업체인 코난테크놀로지의 한세종 팀장(36)은 “매주 금요일 열린 국내 교육 때는 다들 바빠 제대로 어울릴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서 제대로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만우 SK그룹 브랜드관리실장은 “동반성장 아카데미는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하는 ‘SK식 동반성장’의 한 예”라며 “이번 교육성과를 보고 앞으로 해외연수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는 올해 5월 ‘2012 동반성장 실천계획’을 발표하면서 협력업체 핵심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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