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낙제’ 감사 9명중 8명 정치권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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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 59개 공공기관 감사평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D등급 이하)을 받은 감사 대부분이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불리는 정치권 출신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9개 공공기관 감사 평가에서 6등급(S 및 A∼E등급) 가운데 D등급 이하는 모두 9명(D등급 8명, E등급 1명)으로 이 가운데 정치권 출신은 8명이었다.

최저등급인 E등급을 받은 신우룡 전 한국수력원자력 감사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민원실장을 거쳐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D등급을 받은 한국환경공단의 이택관 전 감사 역시 17대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출신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방판칠 전 감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상임고문 출신이다. 나란히 D등급을 받은 한국남동발전의 김선종 전 감사와 한국남부발전 유형욱 전 감사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각각 경북도의회 부의장과 경기도의회 의장 출신이고 김홍규 한국광물자원공사 감사도 한나라당 소속으로 강릉시의회 의장을 지냈다. 또 한창희 한국농어촌공사 전 감사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충주시장을 지냈으며 양승용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 감사 역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용인시장 선거에 출마했었다.

낙제등급을 받은 감사들의 공통점은 재직하는 공공기관에서 각종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감사 부실 논란이 일었다는 점이다. 방판칠 전 감사는 국가산업단지 사업과 관련해 건설업체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됐다. 한수원은 지난해 납품비리 사건과 함께 고리원전 정전사고 보고 은폐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으며 한국환경공단은 직원들이 환경시설사업 입찰에서 뇌물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토지개발 과정에서 농민들로부터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직원이 구속됐다.

정치권 출신 감사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와 올해 선거에 출마한 점으로 미뤄 이들이 선거나 공천준비 때문에 감사 업무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로 D등급 이하를 받은 감사 8명 가운데 4명은 정치권에 재입성하기 위해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와 올해 4·11총선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를 신청했으며, 이 중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임한 이들이 3명에 이른다. 한창희 전 감사는 충주시장 재선거 출마를 위해 취임 5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사임했고, 양승용 전 감사는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 만료를 7개월 앞둔 올해 1월 감사직에서 물러났다. 유형욱 전 감사 역시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 만료 1개월을 앞두고 사임했다.

‘낙하산 감사’를 막기 위해 차제에 공공기관 감사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예 상임 감사직을 없애고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로 감독기관 출신을 감사로 영입해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던 금융권에서는 최근 상임 감사제도를 폐지하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두는 곳이 늘고 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대 상임연구위원은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감사업무를 맡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임 감사제도를 유지하더라도 감사 후보를 추천하는 추천위원회가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경영평가 낙제#감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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